몇 년 전 어느 TV 쇼프로그램에서 특이한 내용을 갖고 실험을 했다. 마라도에 사는 사람과 강원도에 사는 사람을 6명의 인맥을 걸쳐서 연결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론적으로는 이 지구상의 누구나 여섯 사람 이내의 관계로 서로 알고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꽤나 흥미로운 주제로 정말로 마라도에 사는 해녀 할머니와 강원도 두메산골의 선생님이 6단계 만에 서로 아는 사이가 되더라는 것이다. 너무 놀란 진행자가 마지막에 "이젠 나쁜 짓 하지 않고 살게요!"라는 멘트로 사람들을 웃겼다.
이 이야기의 이론적 배경인 '관계의 6단계 법칙'에 따르면 세상의 어느 누구도 6단계의 아는 사람을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고 하니 넓고도 좁다는 세상을 실감나게 한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것은 원래 서양의 오래된 통념이었다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는 한술 더 떠서 '한 다리 걸치면 다 아는 사람'이란 말이 있다.
우리말의 '인맥'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 '소셜 네트워크'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이 법칙이지만 사실 이 계산에는 큰 허점이 숨어 있다. 바로 우리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데 발생하는 장애요소(거리, 직업, 국적, 나이 등)들이 무시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구 전체가 하나의 종족, 하나의 문화와 언어로 구성된 균일한 집단이고 구성원들이 거리의 제한 없이 관계를 맺고 있어야 이 법칙이 성립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가까운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 살고, 좀처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이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50마일 내에서 살다가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이란 가상의 공간이 이러한 현실의 장애요소들을 일거에 허물어 버렸다.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SNS)란 것이 등장하면서 몇 초 만에 지구 반대편의 누구라도 친구로 만들 수가 있다. 일단 서로 친구가 되면 그 친구의 친구들까지 나의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의 일상까지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페이스북(Facebook)이란 사이트는 벌써 전 세계의 5억 명 이상을 연결시켰고 10억 명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26세의 마크 주커버그는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이유로 타임지가 선정한 2010년 올해의 인물이 되었다.
이제 지구상의 누구를 알기 위해서 굳이 여섯 단계까지도 갈 필요가 없는 시대가 성큼 다가서고 있다. 더구나 직접 만나지 않고도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고, 그 친구의 근황은 내 스마트폰만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새해에는 틈틈이 인맥이나 몇 백만 명 쌓아야겠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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