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정권 때 전면에 등장한 '지방분권'에 이어 현 정권 들어서 '강'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두 이슈 모두에 대해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있다. 대통령 탄핵까지 몰고 왔던 지방분권은 아직도 결론없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고 4대강을 포함한 전국의 주요 강은 2년 전 일제히 '강 살리기'란 이름 하에 새로운 개발이 시작됐다. 물론 환경단체와 야당의 끊임없는 반대 속에서도 4대강 살리기는 대통령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속도전을 내고 있다.
과연 '강 살리기'에 정답은 있을까. 본지 취재진이 지난 12월 유럽을 찾은 이유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현대적 국가 운영의 모델인 근대 국가의 틀을 가장 먼저 만들어낸 유럽은 2차대전 이후 수도권 집중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50년 전부터 지방분권이 시작된 곳이다. 강 또한 현대적 토목 기술을 이용해 18세기부터 인위적 개발을 했고 친환경 복원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이 유럽이다.
특히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 강 개발의 선두 주자다.
19세기부터 강 이용과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라인강을 직강화했고 운하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준설을 동반한 직강화로 라인강은 거대한 '하천 고속도로'로 변했다.
라인강 개발을 이끈 사람은 토목 기술자인 요한 툴라(Johann Tulla)였다. 그는 '무슨 강이든 강바닥은 하나면 된다'며 수갈래로 흐르던 라인강을 한 곳으로 모았고 일직선으로 직강화했다. 직강화 공사로 라인강은 100㎞ 남짓 짧아졌고 강의 유속은 빨라졌다. 깊이 2m, 폭 75~100m의 수로를 만들어 바젤까지 배가 다닐 수 있게 한 토목 사업이 끝난 뒤 독일은 많은 톡톡한 혜택을 누렸다. 거의 모든 도로가 끊어진 2차대전 이후 운하를 이용해 물류 수송을 했고 라인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직강화로 강폭이 좁아지고 습지의 80% 이상이 사라지면서 200년 빈도로 일어났던 대홍수가 1990년 이후 2~3년마다 반복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강 복원이 시작됐다.
비록 운하는 아니지만 식수와 공업용수로, 또는 토지 확보와 치수 목적으로 제방 둑을 쌓고 콘크리드 보를 만들었던 한국도 이제 '복구'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유럽의 강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지방 분권이 이슈로 떠올랐을 때 역사성과 사회성을 배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독일과 프랑스의 지방 분권 노력을 재단했던 한국사회가 강 복원에 있어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자르강이 대표적이다. 전세계 하천복원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이자르 강 복원 구간을 두고 정부의 주장과 반대편 주장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4대강 개발의 선진국형 복원 모델이라고 소개하고 있고 일부 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이자르 강을 흉내낸 또 다른 자연 파괴란 주장을 펴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접한 이자르 강은 누구의 주장도 맞지 않았고 또 틀리지 않았다. 파괴된 강을 원상태로 복구할 수는 없었고 첨단 공법을 이용해 최대한 강을 자연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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