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이 될까, '킹메이커' 될까…변수인물 7

입력 2010-12-31 07:59:23

남다른 정치감각, 이번엔…

적극적 대선 행보를 벌이는 이른바 '빅4' 이외에도 대선의 향배를 가를 변수가 되는 인물이 적지않다. 이재오 특임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김두관 경남도지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7인방이 그들이다. 이외 한나라당에서는 반기문 UN사무총장, 홍준표 최고위원, 임태희 대통령실장, 강재섭 전 대표 등도 변수로 거론된다. 야권에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광재 강원도지사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

지난 7·28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재입성한 이재오 국회의원은 곧 이명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특임장관이 됐다. 은평을 재보선에서 당 지도부의 지원을 막고 자전거 행보로 고군분투해 지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야인으로 국민권익위원장직에 있을 때에도 "국민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특임장관은 '이명박의 사람'이며 '킹 메이커'다. 정권 교체를 이루는 데 일조한 정치 감각이 남다르다. 또 국민권익위에서 비리 척결을 위해 보여준 그만의 업무 추진력, '이재오계'라는 당내 든든한 조직 기반, 특임장관으로서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출현해 문제를 푸는 '해결사' 이미지는 이 장관의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약점도 많다. '영원한 2인자'라는 이미지, '킹 메이커'란 닉네임, 낮은 지지율, 포용이 없는 일방통행식 정치력은 그의 한계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같이 운동권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무시할 수 없다. 특임장관으로서 당내·외에서 정치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선 주자나 킹 메이커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대선 판도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차기 대권 후보군에 오른다. 그러나 행보가 김 지사보다 소극적이다. 그만의 '젊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이명박 대통령을 통해 보듯 서울시장은 대권에 가장 근접한 자리다. 오 시장에 대한 젊은층, 여성층의 호감도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율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에 오른 입법부 경험, 현직 시장의 행정력, 거기다 '오세훈 인지도'까지 더하면 지지층 확장세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오세훈만의 브랜드가 없다는 약점은 무시하고 넘어가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제기된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가까스로 이기면서 '반쪽짜리 서울시장'이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소위 오세훈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빼고는 지지세가 약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오 시장은 한나라당 내 조직 기반도 미약하다. 친이계, 친박계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과의 관계도 아리송하다. '디자인 서울'을 천명해 포장은 그럴듯해졌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선 출마로 인한 시정 공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김 지사가 가지지 못한 '박근혜 대항마'로서의 이미지는 '세대교체론'과 합해져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그는 대중성을 갖고 있다. 정 전 대표는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이며 세계적인 기업 '현대'를 지지 기반으로 갖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의 주역이었으며 '축구' 하면 그를 떠올리는 국민이 많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최근 큰 약점을 달았다.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올인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정치 밖에서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날린 셈이다. 또 정 전 대표를 '노무현과의 단일화' 이미지로 떠올리는 이가 적잖다. 정치권 내에서는 그의 어눌한 말씨, 자기 색깔이 없다는 이미지를 거론하기도 한다. 외교 능력은 높이 사지만 당대표까지 지낸 마당에 대북관계, 사회·문화, 복지 등 분야에서 '정몽준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의 든든한 지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정책 제시를 약속하고 있다. 계파색이 옅어 계보 정치를 청산하고 공천 제도 개선 등 정치개혁을 주장하면 먹힐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지만 아직도 민주당에선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주자 중의 한 명이다. 앞서 민주당 대표직을 놓고 벌인 일전에서 손학규 대표에게 밀려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야권의 잠룡으로서 그의 위치는 여전히 확고하다. 전북 출신으로 호남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및 정치 전문가들은 대중성과 높은 인지도를 정 최고위원의 최대 강점으로 꼽고 있다. 방송사 앵커 출신으로 이슈 선정과 메시지 전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범야권 통합, 한반도 안보 위기,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 하락 등은 그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약점으로 진정성 결여를 꼽는 이들이 많다.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측면이 대중에게는 이벤트성으로 비쳐진다는 것이다. 또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의 한계가 정 최고위원의 또 다른 약점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에게 패배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수도권 출신이 아니어서 야권 연대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야권에서 일고 있는 '영남권 대선주자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행보가 노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것은 친노 세력에게 장점으로 어필된다. 특히 민선 이후 15년 동안 한나라당이 독차지해 온 경남도지사에 처음으로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해 당선, 그의 가능성을 세상에 알렸다. 지역주의를 극복했다는 상징성에 더해 시골 마을의 이장 출신으로 최연소 민선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에까지 올랐던 이색적인 경력에 힘을 더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행정 능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4대강 사업 반대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풀이다. 4대강 사업 반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 지사는 취임 후 정부와 대립하다 정부가 11월 사업 대행권을 회수하자 창원지법에 소송을 내는 등 정면 대결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반대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경남도의 행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정치적 이슈에 너무 매달려 지역의 현안에 소홀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은 장점이다. 51살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는 이번 대선이 아닌 차기 대선까지 갈 수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가장 큰 장점은 스마일 리더십이다. 스스로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면서 주변을 부드럽게 하는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당내 세력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마다 통합과 조정 관리는 항상 그의 몫이었고 그때마다 '피스(평화)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때문에 DJ와 친노 두 세력에 거부감 없다. 민주당의 정권을 창출했던 공통분모가 바로 정세균이라는 데 정치권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정도다.

흠결이 없는 정치인이란 장점도 있다. 3김(金)으로부터 정치를 배우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책통으로 너무 굳어진 이미지가 대선 후보로서는 흠결이다. 최근 싱크탱크인 '미래정치경제연구회'를 출범하는 등 민주당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건 이유도 이미지 변화를 통해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너무 흠결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현역 당대표 프리미엄과 6·2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여세를 몰아 압도적으로 대표 최고위원으로 연임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상대적으로 '흠결 있는(?)' 두 대권 후보에게 밀려 3위로 최고위원에 입성한 전례가 그러한 까닭이란 풀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단점이 없는 게 장점이자 장점 없는 게 단점'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별히 흠잡을 데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내세울 것도 없다는 얘기다. '여성 후보 무임승차론'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콘텐츠가 부족하고 특별한 정책과 비전을 내세우지도 못하면서 단지 여성 후보라는 점만 부각돼 있다는 것이다.

여성 국무총리라는 희귀성은 인정받지만 총리 재임 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부분도 한계다. 한 전 총리 측은 안정되고 편안한 이미지를 장점으로 꼽고 있지만 지지율을 높이는 것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호남이나 충청, 수도권 그 어느 지역에서도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등 지역적 기반이 취약한 것도 한 전 총리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친노와 비노 후보 이미지가 겹치는 것도 한 전 총리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현재 '소통과 화합'을 표방하면서 친노는 물론 범야권 연대에도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9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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