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돼지골목', 예술골목 됐네

입력 2010-12-29 10:08:20

마을미술사업 폐건물 많던 흉물거리가 사진찍으로 오는 명물로

경산시내 대표적인 흉물거리의 하나였던 속칭
경산시내 대표적인 흉물거리의 하나였던 속칭 '돼지골목'이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미술거리로 대변신을 했다. 경산시 제공

상권 쇠퇴로 빈 점포와 폐건물 등이 난립하면서 도심의 흉물로 전락했던 경산시 서상동 속칭 '돼지골목'.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이 골목이 최근 '낮과 밤이 공존하는 하늘공간'을 주제로 한 공공미술 거리로 대변신을 했다.

서상동 시장10길은 속칭 '돼지골목' 또는 '텍사스골목'으로 불리며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경산에서 가장 혼잡한 중심가 중 하나였다. 인근에 군청과 경산경찰서, 등기소 등 관공서들이 있어 행정 중심지이자 상업 중심지였다. 하지만 이들 관공서가 하나둘씩 이전을 하고, 시장도 옮겨가면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해 네다섯 집만 영업을 할 뿐 나머지 점포는 비어있거나 폐건물로 방치되던 곳이다.

이 골목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의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지난 10월부터 2개월여의 작업 끝에 테마가 있는 공공미술이 가미돼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환골탈태했다.

공모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맡은 'ENJOY CULTURE'(대표 유영진)는 대구·경북·수도권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10월부터 돼지골목을 '낮과 밤이 공존하는 하늘공간'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골목 입구 양쪽에는 새롭고 아름다운 골목으로 변신을 했다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구름, 비행기, 별, 꽃 등 땅 위의 모든 것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세우고, LED 조명시설도 설치했다.

청소년유해업소 표시가 붙어있던 건물에는 '달맞이 꽃'을 주제로 화사한 타일벽화를 만들었다. 점집 담벼락은 사다리를 놓고 별을 따러 가는 화목한 가족을 주제로 한 부조 입체벽화로 바꿨다.

유영진 대표는 "골목 전체가 쇠퇴하면서 많은 건물들이 워낙 노후해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조형물을 붙이기 위해 못을 박으려고 해도 쓰러질 것 같아 보강작업 등 기초 작업에만 2주 이상이 걸렸다"면서 "쇠락한 거리가 아름다운 골목,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는 골목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 골목의 박금택(60) 통장은 "처음에는 많은 돈을 들여 쓸데없는 짓 한다는 생각을 한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각종 조형물과 벽화 등을 그려 넣고 꾸미면서 골목이 확 살아났고, 이제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구경을 오거나 사진 촬영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늘어 주민들이 만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시 오상호 문화예술담당은 "공공미술거리가 돼지골목뿐만 아니라 인근의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연결, 확대됐으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면서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추가 사업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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