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산책] 행복을 가불하는 방법

입력 2010-12-29 08:06:33

한 해의 끄트머리 매듭달이다. 12월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 년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또 신년의 계획을 세운다. 일 년 동안 가닥가닥 엮어왔던 모든 일들을 마지막으로 조이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매듭으로 마무리한다.

연초의 계획을 살펴보면 눈에 보이는 정확한 목표가 있는 일들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목표에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일은 '날마다 감탄하기'라는 목표를 세워 놓고 거의 실천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감탄할 일이 무에 그리 있을까. 그런데 나와는 다르게 매 순간마다 감탄을 아끼지 않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말에도 꼭 자신의 느낌이나 정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감탄사를 쓴다.

그녀는 상대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있다가 사이사이에 맞장구라는 언어의 양념을 쳐준다. '아이고, 세상에 대단해.' 이 말은 그녀의 입에 붙어있는 감정 감탄사다. 그녀와 한 시간 정도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녀를 따라서 저절로 느낌씨를 쓰게 된다.

일전에 그녀를 만났는데 원래 동안이었던 그녀가 자꾸 더 젊어지는 것 같아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최근 들어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나이 사십대 중반에 평소 꿈이었던 유치원 선생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날마다 감탄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는데 그녀가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나.

우리의 감성은 문명의 이기에 비례해서 점점 더 무디어져가고 있다. 어지간한 일에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고 감정은 건조해지고 있다. 사소한 일에도 감탄할 수 있는 마음밭을 스스로 경작하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감정은 금방 갈아엎어 놓은 밭의 흙처럼 촉촉하여 마르지 않을 것이다. 감탄을 생활화하여 살면 행복은 따 놓은 당상이다.

사람이 계획한 모든 일의 최종 목표는 행복이다. 매년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며 사는 일도 행복에 도달하기 위함이다. 행복을 가불하여 사는 방법 중에 하나는 매사에 감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순간순간 감탄거리를 찾아내고 즉각적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말과 감정도 연습이 필요하다. 평소 사용하는 말과 감정에 따라 삶도 그렇게 변화될 것이다.

감탄의 말을 자주 하고 살다 보면 우리의 삶도 감탄할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녀를 통해 감탄지수가 곧 행복지수라는 것을 올해를 매듭짓는 달에 깨달았다. 새해에는 작은 일에도 자주 감탄하는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주인석(수필가)

※수필가 주인석 씨와 임수진 씨의 글은 이번 회로 끝을 맺고 새해에는 박미영(시인), 전태흥(미래TNC 대표) 씨가 '에세이 산책'을 꾸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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