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의 고분에는 비단벌레 박제품도 있었다

입력 2010-12-29 08:30:30

국립경주박물관 황남대총 특별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황남대총 특별전 '신라왕, 왕비와 함께 잠들다'는 여러 면에서 색다른 전시다. 내년 2월 6일까지 이어지는 황남대총 특별전은 출토된 유물을 최초로 총망라해 전시한데다 전시 방법도 출토 당시 모양이나 위치 등을 최대한 따르는 방식으로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황남대총 유물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 경주박물관만이 할 수 있는 '브랜드 전시'로 앞으로도 이와 같은 전시는 관람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1973년에 발굴 조사된 황남대총은 5세기 신라 마립간(왕의 신라 명칭) 시대에 만들어진 왕릉으로 주인공은 당시 내물왕과 실성왕, 눌지왕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황남대총에는 국보 191호 금관, 국보 193호 봉수형 유리병, 국보 193호 유리잔, 국보 194호 금목걸이 등 국보 4점과 보물 619호 가슴꾸미개, 보물 623호 금반지와 금팔찌 등 보물 10점 등 모두 5만8천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었으며 경주 시내 고분군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돌무지덧널무덤이다.

우선 전시 수량에서 입이 벌어진다. 출토 유물의 90%인 5만2천여 점을 전시했다. 전시할 수 있는 유물은 모두 꺼내 전시한 것이다. '질'보다 '양'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이는 일반 관람객의 눈높이를 고려한 것.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현희 학예연구사는 "기존에는 출토 유물 가운데 몇몇 명품만 전시하는 수준이어서 일반인들에게 황남대총의 참모습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관람객들이 마치 황남대총 내부를 둘러보는 느낌이 들게끔 특별전을 꾸몄다"고 말했다. 출토 유물 대부분이 전시되다 보니 처음으로 공개되는 유물들도 많다. 특히 철제품이나 유리제품, 항아리 등은 압도적인 수량을 자랑한다.

전시실은 왕 무덤인 남분과 왕비 무덤인 북분으로 나뉘어 유물이 전시돼 있다. 남실에서 처음 눈길을 끄는 것은 제사용으로 추정되는 동물들의 뼈였다. 거북이와 꿩, 닭, 상어, 복어 등 종류가 다양하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큰 항아리 속에 출토 당시를 재현한 듯 뼈들이 그대로 놓여 있다. 디지털 액자도 눈에 띈다. 벽에 걸어놓은 사진과는 달리 출토 당시 상태를 찍은 사진을 스크린에 슬라이드식으로 보여줌으로써 관람이 훨씬 깔끔하다는 느낌이 든다. 화살촉이나 칼 등 각종 철제품들은 포개 쌓기 방식으로 전시돼 있다. 김 연구사는 "요즘 금이 부의 척도인 것처럼 고대에는 철이 부의 상징이었다"며 "왕릉이니만큼 철제품이 상당히 많이 출토됐다"고 했다. 구슬류가 다발로 엮어 전시돼 있는 것도 색다르다.

멀리서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유물이 눈에 들어온다. 왕관이나 금제 장신구려니 했는데 '말 안장 꾸미개'라고 한다. 특히 실제 비단벌레를 박제한 것이 신기했다. 비단벌레는 금속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빛을 비추면 반짝인다고 한다. 이처럼 유물 중에는 의외로 말과 관련한 물품이 많다. 김 연구사는 "말은 고대 왕족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얼마나 화려하게 치장하느냐에 따라 타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주었다"고 했다.

전시실 중앙에는 황남대총 나무틀과 왕과 왕비의 무덤이 재현돼 있다. 출토할 당시 왕과 왕비가 누워 있는 그대로 부장품을 전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왕관을 세운 기존 전시와는 달리 왕관을 눕히는 파격적인 시도가 눈길을 끈다. 그릇들은 마치 찬장에 포개서 보관하듯이 전시해 놓았다. 서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잔이나 철경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들도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이 관장은 "최대라고 하는 황남대총의 규모가 도대체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많은 부장품이 보관돼 있었는지 직접 보여주기 위한 전시"라며 "앞으로 해마다 부부총이나 금관총 등 신라 왕릉에 대한 특별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의 054)740-7533.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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