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작가만 컬렉션…우리 미술시장 왜곡"

입력 2010-12-28 07:39:38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윤재갑 큐레이터

큐레이터 윤재갑(42) 씨는 독특한 이력을 쌓아왔다. 중국과 인도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한국과 미국, 중국, 인도 등지에서 갤러리 총괄 디렉터로 활동해왔다. 8월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2011년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관 한국관 커미셔너로 선정됐다. 윤 씨를 고 정관훈 유작전이 열리는 동원화랑에서 만났다. 고인과는 영주고교 미술부 선후배 사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미술, 그리고 주류를 형성해온 미국 미술을 경험한 윤 씨와 한국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우리 미술시장은 거꾸로 왜곡돼 있어요. 대부분 외국 작가를 컬렉션하죠. 고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 없이 현대미술 작가 일부만 부각돼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는 미술을 빙산에 비유했다. 오랜 미술의 역사가 바탕이 돼 현대 미술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 우리 미술보다 외국을, 과거보다 현재만을 선호한다. 그는 "이런 기형적 미술 구조를 가진 나라는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에 따르면 우리 미술시장 전체 규모는 1조~1조5천억원선. 그런데 이 가운데 6천억~8천억원 정도가 해외 작가들의 작품에 몰려 있다.

"2년 전부터 중국도 현대 미술을 서구의 시각이 아닌 중국 미술사 전체 흐름에서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중국 고미술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기 시작했고요." 미국도 마찬가지. 모든 미국 미술관이 유럽의 미술품만 컬렉션하던 시절, 거트루드 반더빌트 휘트니는 미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모았다. 이를 뉴욕현대미술관에 기증하려 하자 미술관 측은 거절했다. '전통이 없는 싸구려'라는 것. 충격을 받은 휘트니 여사는 1931년 직접 휘트니미술관을 만들었고, 이것은 미국이 유럽에 대한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세계 주류 미술이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우리 역시 기형적인 미술 시장의 이유가 문화적 콤플렉스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 전통에 다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

"우리는 흰색과 검은색의 극무채색과, 단청, 오방색 등의 극채색이 잘 조화된 미술 전통을 가졌어요. 게다가 남북한 긴장 상태는 작가들에게 치열함과 깊이를 심어주었죠. 우리 미술이 경쟁력이 있는 이유죠."

그는 대구 미술계도 콤플렉스를 벗어던지라고 강조했다. 대구는 1970년대 일본, 유럽과 동시대 미술을 선보일만큼 훌륭한 작가를 많이 배출한 곳이다. 서울, 뉴욕 등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

내년에 개관을 앞둔 대구시립미술관에 대한 기대도 남달랐다. 그는 특히 컬렉션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대구 미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컬렉션에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 "건물은 전국 미술관 가운데 최고 수준입니다. 위치도 좋고 시내 접근성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큐레이터 출신 미술관장을 만난 만큼 관심을 많이 기울이면 대구시립미술관이 한국의 미술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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