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다문화가족과 함께한 '메리 크리스마스'

입력 2010-12-27 10:39:36

경산 안흥사 결혼이주여성 초청 성탄행사

사찰(寺)에서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성탄절 축하행사'가 열렸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인 경산 안흥사 내 교육관. 이날 이 사찰에서는 정홍규 신부(영천 화북면 산자연학교 대표), 조규천 목사(경산 복민교회), 대웅 주지스님(안흥사) 등 3명의 성직자와 각 종교 신자들, 다문화가족 및 이주노동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뜻깊은 성탄절 축하행사가 열렸다.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자비 나눔' 행사로 종교와 인종의 벽을 넘어 화합하는 자리였다.

이날 사찰에서 성탄 축하행사가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가톨릭 신자와 기독교 신자들이 이 절 대웅 주지스님에게 성탄 축하행사를 할 수 있도록 요청을 했고, 대웅 스님은 이를 흔쾌히 승낙해 열리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안흥사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새댁들과 남편 등으로 구성된 경산 다문화가족공동체 회원들이 모임을 갖는다. 이 사찰이 결혼이주여성들이 모여 모국어로 수다를 떨면서 향수병을 달래거나 언어의 장벽, 자녀 교육의 어려움 등 각종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이를 해결하는 쉼터이자 사랑방인 셈이다.

2006년부터 올 초까지 경산성당 주임신부로 봉사를 했던 정홍규 신부는 다문화가정의 우리 사회 적응과 이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왔다.

정 신부는 이날 성탄 축하 메시지를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와 자녀들이 탄생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가슴 벅차고 감사하다"면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축복했다.

조규천 목사는 "성탄절을 사찰에서 함께할 수 있어 뜻깊다"면서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외로움을 잘 극복하고 잘 살아가는 것은 사랑을 통해 가능하다. 좀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사랑을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대웅 스님은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성탄절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이 절은 여러분의 고향이요, 마음의 안식처다. 외롭거나 몸이 아플 때 편안하게 쉬어가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터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2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산 다문화가족공동체 회장을 맡고 있는 이지현(33) 씨는 다문화가정을 대표해 이들 3명의 성직자들에게 감사의 성탄 선물을 전하고, 축하 노래를 합창해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들 결혼이주여성들은 자녀들과 남편에게 모국의 전통놀이와 장기자랑을 선보이고 함께 즐기고 음식을 나누면서 즐거운 성탄절을 보냈다.

이날 행사를 함께한 사람들은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뜻처럼 이날 사찰 내 성탄절 축하 행사가 종교와 인종의 벽을 넘어 화합을 다지고, 다문화가정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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