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우리동창회] 대구 칠곡초등학교총동창회

입력 2010-12-24 10:29:14

넓고 풍성한 팔거들 정기 듬뿍 받아 넉넉한 인성 자랑

지난해 모교 교정에 세운 칠곡초등학교
"선배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칠곡초등학교 동문들이 기별회장단 회갑에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칠곡초교 총동창회 제공
강진일 총동창회장
지난해 모교 교정에 세운 칠곡초등학교 '동문 100년 탑' 앞에서 동문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칠곡초교 총동창회 제공
강진일 총동창회장

'어둠이 몰려오는 팔거야에서 다시 떠오를 아침해를 찾아/…중략…/또 이곳이 새로운 백년의 시작이 되리니.'

대구시 북구 읍내동 옻골1호 7번지 칠곡초등학교 교정에 선 '동문 100년 탑'에 새겨진 축시다.

칠곡초교는 대구에서 효성·종로·중앙·대구·현풍·수창초교 등과 함께 개교한 지 100년이 넘는 몇 안 되는 초등학교다.

1909년 5월 칠곡군 군읍지에 칠곡, 동명, 가산, 지천 등 4개 면민을 위한 최초의 초등교육기관인 사립거양학교가 들어섰다. 이 학교는 다시 칠곡공립보통학교(1912), 거성공립심상소학교(1938), 거성공립초등학교(1941), 칠곡공립국민학교(1944), 칠곡국민학교(1945), 대구칠곡국민학교(1981) 등으로 교명을 바꿨고 1996년부터 대구칠곡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한 세기 넘게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칠곡초교 총동창회는 지난해 5월 2만여 동문의 이름으로 모교에 '동문 100년 탑'을 세웠고 이달 15일엔 '동문 100년지' 발간기념식을 가졌다.

강진일(51회·60·우진에너지개발 대표) 총동창회장은 "지난해 개교 100주년 동문지 편찬위원장을 맡아 일하면서 모교가 칠곡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또 "요즘 교권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칠곡에는 예부터 향교가 있어 전통교육 프로그램이 살아있는 것이 참 다행스럽고 이를 바탕으로 인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모교의 교풍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팔거들의 풍요로움을 닮은 인성

옛 지명이 팔거(八거)현인 칠곡은 거북을 닮은 구수산과 여인이 다소곳하게 앉은 형상의 옥녀봉이 둘러싼 청학귀소형(靑鶴歸巢形·학이 집에 내려앉은 형상)의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를 팔거천이 흐르고 그 양편에 팔거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칠곡초교 동문들은 학창시절 이런 지형에서 뛰놀아 넉넉한 인성을 함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대사의 질곡은 어린 초등학생들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일제의 창씨개명으로 1940년 이후 칠곡초교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동문들은 우리말 이름이 학사(學事)기록에서 삭제되는 불운을 겪었고 광복이 된 후 우리말 이름이 적힌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세기의 결정판 '동문 100년지'

칠곡초교 개교 100주년 주요기념사업 중 하나인 '동문 100년지'는 기획에서부터 책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이 책은 1973년 총동창회보 창간호에 이어 37년 만에 펴내는 기획출간물로 700여 쪽의 지면에 200여 동문과 기고자의 글이 수록돼 있다.

'동문 100년지'는 향토사나 행정관서 등에서 사료집으로 활용될 만큼 내용이 풍부하다. 칠곡의 행정소속 변천과정을 비롯해 팔거현의 사적파크 축조청원과 연계된 논문형식의 글, 칠곡 출신 인사들에 대한 추모비·소설비·노래비·공적비를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 반촌반도(半村半都)의 고장이 되면서 잊혀진 칠곡지역의 정체성에 관한 글, 칠곡면민의 삶과 동문들의 100년 행적 등이 실려있다.

◆아! 코흘리개 그 시절

역사가 오래된 만큼 칠곡초교 동문들의 학창시절 추억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1960년대까지 칠곡초교 주변은 전원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학생 수도 도심학교와 달리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칠곡을 가로지르는 팔거천을 따라 늘어선 과수원 길을 달리며 자랐다. 봄이면 각종 과수나무가 뿜어내는 향기를 맡았고, 여름이면 팔거천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았다. 가을엔 학교농장에 깔 퇴비를 한다며 풀을 베어가기도 했다. 당시는 동기 간에 서너 살이 많은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 덕에 다른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어깨에 힘을 줄 수도 있었다.

또 나무가 깔린 복도를 초로 광을 내기 위해 청소시간마다 열심히 복도를 닦았던 일, 친구들에게 뺏길까봐 도시락 밑부분에 계란 프라이를 넣어 주시던 어머니표 도시락에 얽힌 추억도 있다.

소병운(65회·46·팔공신문 대표)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하기 싫은 숙제 중 하나가 쥐 잡아 꼬리 가져오기, 송충이 잡아오기 등이었고, 특히 말썽을 부린 학생은 화장실 인분을 퍼 채소밭에 거름을 주는 벌칙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 칠곡초교 주변은 아파트촌이 들어서 옛 정취가 많이 사라졌다.

◆우리 학교 교기(校技)

칠곡초교의 교기는 농구다. 올해 농구부는 KBL총재배 어린이농구큰잔치 8강, 제65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8강, 올 대구광역시소년체육대회 준우승, 제4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및 제92회 전국체육대회 대비 평가대회 우승을 했다. 지난해엔 소년체전 대비 대구평가전 준우승과 대구시소년체육대회 3위의 성적을 거뒀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관계에는 정병국(48회) 전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 대사를 비롯해 윤용문(54회) 환경부 부이사관, 남대현(57회) 농업진흥청 서기관 등이 있으며, 경제계에 조정래(39회) 동영염직 회장, 이종희(42회) 대한항공 사장, 이성희(50회) 두산엔진 사장이 활동하고 있다. 법조계엔 이수인(54회) 대구지검 서기관, 조범제(61회) 서울고법 서기관, 김규석(61회) 변호사 등이 있다. 학계엔 황철암(44회) 충북대 교수와 김원기(47회) 계명대 교수, 김영화(50회) 강원대 교수 등이 있다.

◆총동창회 연중행사

칠곡초교 총동창회는 매년 1월 신년교례회를 시작으로 2월엔 졸업식과 더불어 모교 장학금 전달식을 갖고 4월에 총동창회 기별체육대회를 연다. 5월엔 모교운동회에 참석해 발전기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한 해 행사를 마무리 짓는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