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토크(8)] 크리스마스 캐럴이야기

입력 2010-12-23 14:07:46

전세계인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숭고함 알리는 최고의 음악

크리스마스 관습 중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캐럴을 부르는 일일 것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집집마다 방문해서 캐럴을 불러 주는 '캐럴링'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한층 돋우어 준다. 캐럴링은 그리스도의 탄생 소식을 천사들이 찬양했던 것처럼 집집마다 구주 탄생의 기쁨을 전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마굿간 앞에서 춤추며 노래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크리스마스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19세기 영국 아이들의 깜찍한 발상에서 유래되었다. 캐럴링이 처음 기록된 것은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이 영국의 전통과 미국의 전설을 그린 '스케치북'을 통해서다. 1820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아름다운 캐럴 소리에 잠을 깨었다고 적었는데, 비록 어설픈 화음이었지만 아름다운 기억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캐럴링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일상화되었다. 하지만 비기독교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원성이 있으면서 교회 스스로 캐럴링을 자제하고 있다.

사실 캐럴이라는 말은 크리스마스 노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어 '카롤르'(carole)와 그리스 고어인 헬라어 '코라울리엔'(choraulien)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둘 다 춤을 의미하는 말이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사람들이 동짓날 우리의 강강술래와 같은 모습으로 춤을 추며 부르던 노래를 캐럴이라고 했는데 14세기 들어 악보가 만들어지고 작곡되면서 교회의 절기 음악으로 자리하게 된다.

캐럴은 15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널리 불려지지만 16세기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비종교적인 노래로 규정된다. 이 후 2세기 동안 캐럴은 종교음악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하게 되는데 18세기 캐럴 복원 운동이 일어나고 19세기부터 지금과 같은 캐럴이 불려지게 된다. 지금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파사나 레코드 가게가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첨병이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은 크리스마스를 제모습으로 만들었는데 단연 '빙 크로스비'가 일등공신이었다.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을 만큼 캐럴의 대명사로 알려진 곡이다. 영화 '홀리데이 인'(1942년)에서 빙 크로스비가 처음 부른 곡인데 그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고 미국 차트 1위에도 올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병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전세계로 알려졌는데 아쉽게도 당시의 녹음은 현재 들을 수 없다. 녹음테이프에 문제가 생겨 마스터테이프를 폐기하면서 1947년 재녹음을 했기 때문이다. 1954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 진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비록 종교적인 의미의 캐럴은 아니지만 전세계인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숭고함을 알리는 최고의 음악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올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들으면서 온누리에 성탄의 복됨이 가득하길 바란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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