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장 단골집] (39)대구수성구재향군인회 '편대장 영화식당'

입력 2010-12-23 14:51:35

부드럽고 쫄깃한 육회 먹고 나면 힘이 '불끈'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라!" "작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있어도 배식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없다." "저 고지를 점령하면 배 터지도록 먹게 하겠다." 등.

서해 5도에 전운이 감도는 요즘 군인들에게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주는 말들이다. 제아무리 천하장사, 강철 체력 군인이라도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않고는 전투를 치를 수가 없다. 그래서 배식에 실패한 병사가 더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시류에 맞췄는지 대구 수성구 재향군인회의 단골집을 찾아갔다. 역시나 군인답게 고깃집이었다. 장소는 범어네거리 인근에 위치한 '편대장 영화식당'. 상호는 편철주 사장이 어릴 때부터 대장 노릇을 많이 해서 영천 영화식당과 구별하기 위해 지은 것. 값싸고 쫄깃쫄깃하면서도 맛난 육회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 식당은 어지간히 팔아서는 큰 이윤이 남지 않을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가격 대비 맛과 친철한 서비스로 단골 손님을 하나 둘 늘려가고 있는 이 식당의 맛 비밀을 알아보자.

딱 콘셉트에 맞는 단골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수성구 재향군인회 회원들이다. 이들은 먼저 취재에 앞서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군인들은 현역 시절 아무래도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국 팔도로 돌아다녀야 하는 운명이기에 강원도로 가면 그 주변의 맛집을, 전라도로 가면 또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것.

이런 군인들이 전역 후 일주일에 한번 이상 찾는 고깃집이 바로 이곳 '편대장 영화식당'이다. 수성구 재향군인회 성백규 회장은 "소금구이 고기도 맛있고, 육회가 부드럽고 쫄깃해 먹고 나면 힘이 솟는다"며 "매월 모임을 할 때도 이곳만큼 회원들이 다 원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성문(56) 사무국장은 "고기 맛이 고소하다"며 "전국 팔도를 다녀봐도 이 정도는 가격대비 A급 식당"이라고 치켜세웠으며, 윤길회(56) 이사는 "육회에 힘줄을 어떻게 빼는지 몰라도 입에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먹기에 딱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남편이 군인이라 회원 자격이 있는 류두식(56) 여성 회장은 "구수한 맛의 된장찌개가 혀 안에 살살 감도는 것이 고기를 다 먹고 난 뒤 맛볼 수 있는 화룡점정"이라고 좋아했다.

이곳 영화식당에서 자랑하는 것은 육회. 이 육회에는 재료인 우둔살을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 뒤 힘줄 제거 작업에 들어가는데, 약 8㎏ 우둔살 속 힘줄 제거가 가장 힘들다. 육회를 씹고 났을 때 앙금이 어금니 위에 남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에는 약 20㎝ 길이의 독일'스웨덴'스위스제 칼이 동원된다. 이에 찢은 대파, 배, 참깨와 참기름, 설탕, 마늘 등이 가미돼 기가 막힌 육회가 탄생하는 것이다.

가격은 어떤 식당이든 맛 대비 가장 중요한 요소. 편대장 영화식당의 가격 실체는 육회(200g) 1만9천원, 소금구이(120g) 2만3천원, 주물럭(150g) 1만2천원, 불고기 전골(150g) 9천원, 소고기 찌개 8천원, 냉면 5천원, 된장찌개 2천원 등이다. 이 식당은 마지막으로 신념을 내세웠다. '황소고집 / 한우고집 / 편대장의 정직한 고집'. 053)744-2655.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