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캠퍼스 이전 등 재도약 힘 모아야
경북대학교가 잇따른 악재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응급실을 찾은 4세 여아에 대한 진료 거부 논란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 예정 통보를 받은데다 칠곡에 조성 중인 복합의료단지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고 우수 인재 모집을 위해 신설한 대표 학과들의 미달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대학가 안팎에서는 경북대가 지역 대표 대학이라는 명분에만 안주해온 탓에 내부 역량 부족으로 경쟁력이 뒤처지고 미래에 대한 준비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위기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지난 11월 장중첩증으로 숨진 4세 여아에 대해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경북대 병원에 대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환자 진료, 대형 재해 등 발생 시 응급의료 지원 등을 해야 하고 이 같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20일쯤 취소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경북대병원은 2000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매년 2억~4억원의 응급의료기금을 지원받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에 대해서도 치료비 외 환자 한 명당 3만원씩 '응급의료관리료'를 추가로 받아왔다. 이번 지정 취소가 확정될 경우, 연간 10억원 이상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대구시와 경북도의 이견으로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칠곡 복합의료단지 사업도 더욱 타격을 입게 됐다.
경북대는 기존 암센터와 임상실험센터 외에 국비 지원을 받아 재난외상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1천억원 규모의 권역외상센터 설립지 후보에서조차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경북대 측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아직 공식적 통보를 받지 않았으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취소되면 지역 응급 의료 체제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이날 원서 접수를 마감한 정시모집에서 '대표학과'가 잇따라 미달 사태를 빚었다.
삼성전자 취업과 전면 장학금을 내걸고 올해 신설한 모바일 공학과의 경우 가군에서 17명 모집에 13명이 지원해 0.76대 1로 미달됐으며 나군은 8명 모집에 13명이 지원해 1.63대 1로 정원을 넘겼다.
지난해 신설된 글로벌인재학부는 인문계열은 정원을 채웠지만 자연계열 가군에선 15명 모집에 4명만 지원했고 나군에선 15명 모집에 9명이 지원해 2년 연속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입시 관계자들은 "서울권 상위대학과 복수 지원이 가능한 만큼 실제 등록률은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입시 전략 부족과 입학 자격을 지나치게 높인 것이 미달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복합의료단지 조성은 국비 지원을 받아 몇년 전 병원을 이전한 부산대와 전남대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난관이 예상되며 우수 학생 유치 실패 또한 오래 누적된 고질적 문제"라며 "법인화와 캠퍼스 이전 등 굵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 경쟁력 확보와 위기 의식 공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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