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연말특수 '과속주행'…노골적 웃돈요구

입력 2010-12-22 10:23:53

잔돈 아예 안주기도…이용자 불만 고조

20일 친구들과 술을 마신 박강희(25·여) 씨는 대리운전을 불렀다가 당장 오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10분간 기다려 운전기사를 만난 박 씨는 목적지에 도착해 황당한 일을 겪었다. 목적지에서 1만5천원을 건넸는데 기사가 잔돈 3천원을 돌려주지 않고 떠나려고 했다.

박 씨는 "잔돈을 달라고 하자 '요즘처럼 바쁠 때 대리 불렀으면 웃돈은 줘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팁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대놓고 가져가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리운전비가 치솟고 있다. 기본 요금이 2배 이상 오른 데다 술자리가 많은 연말에 대리운전기사의 웃돈 요구까지 잦아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다.

운전기사들은 시내 기준 2천, 3천원의 웃돈을 요구하고 있고 시외 지역은 부르는 게 값이다. 대구지역 대리운전 기본요금은 올 초 5천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만원대로 올랐다.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들은 "과다경쟁으로 출혈이 심했던 업체들이 결국 이익을 남기기 위해 예전보다 가격을 더 올리고 있다"며 "연말 특수 때문에 가격을 올렸다고 손님이 끊길 일도 없다"고 말했다.

연말은 대리운전 업계의 성수기다. 일부 대형 업체들은 콜센터에 아르바이트 인원을 고용해야 할 정도다. 현재 대구에는 900여 개 대리운전업체에 5천여 명의 운전 기사가 있지만 연말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용자들의 더 큰 불만은 대리운전기사들의 웃돈 요구다.

17일 직장동료와 송년회를 한 손종근(49) 씨는 평소처럼 대리운전을 불렀지만 콜센터로부터 운전기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손 씨는 다른 업체에 5천원을 더준다며 대리운전기사를 보내달라고 요구한 끝에 운전기사를 만날 수 있었다. 손 씨는 "없던 기사가 어떻게 웃돈을 주자마자 달려올 수 있냐"며 "소비자가 운전기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운전기사가 소비자를 고르고 있다"고 화를 냈다.

대리운전기사 김모(34) 씨는 "최근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손님이 부쩍 늘어 돈을 더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다음 손님을 받기 힘든 외지나 주거지역 골목길 경우 돈을 더줘야 기사들이 간다"고 털어놨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기사들이 현장에서 웃돈을 받는 것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일부 기사들이 가격이 마음에 안들어 못가겠다고 하면 고객들이 알아서 돈을 더 주기도 한다"고 실토했다.

한국대리운전협회는 "무조건 싸다고 이용했다가는 뜨내기 대리기사에게 웃돈을 주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비용을 조금 더 주더라도 대형 콜센터를 통하면 운전기사가 부당하게 비용을 더 요구할 경우 회사에 신고해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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