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新車 판매율 전국 최저 왜?

입력 2010-12-22 09:47:24

"신차보다 중고, 車보다 집 우선"

직장인 최재섭(38) 씨는 최근 신차를 사려던 생각을 바꿔 중고차를 구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머니 사정이었다. 최 씨가 타던 차는 구입한 지 10년이 넘은 소형차. 자녀들은 커가는데 차는 자주 말썽을 부렸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신차 구입을 포기했다. 그는 "회사 사정도 좋지 않은데 덜컥 신차로 바꿨다가 부담이 될 것 같아 포기했다"며 "주행거리가 짧고 가격이 저렴한 중고차를 골랐다"고 했다.

오랫동안 타던 차를 바꿀 때는 대개 미끈한 신차를 눈여겨 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구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신차 구입을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대구 사람들은 신차 사기를 주저할까.

◆유독 대구에서만 신차 판매 부진

현대자동차 대구지역본부가 국가통계포털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구의 차량 등록대수는 2004년 83만1천854대에서 올들어 11월 말 현재 92만8천대로 11.5%(9만6천146대) 늘어난 반면, 연간 신차 판매대수는 같은 기간 동안 5만1천815대에서 5만3천594대로 3.4%(1천779대)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간 신차 판매대수는 2005년 5만321대에서 2006년 4만5천870대, 2007년 4만6천972대로 꾸준한 줄어들다가 세계적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4만3천558대까지 감소했다. 2009년 노후차 취·등록세 감면 혜택 여파로 신차 수요가 늘면서 5만5천905대로 회복됐지만 올해 다시 5만3천594대로 주춤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유독 대구에서만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 대비 지역의 자동차 점유 비중에 비해 신차 판매 비중이 서울과 6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

이는 차를 바꿀 때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더 많이 구입한다는 뜻이다. 실제 올들어 전국 대비 대구의 차량 등록대수 비중은 5.3%였지만 신차 판매비중은 4.2%로 1.1%포인트가 낮아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광역시 평균인 0.5%p보다 1.6%p나 낮은 수준이다. 반면 서울의 경우 자동차 점유비는 16.8%지만 신차 판매비중은 27%로 10.2%p 높았고 인천(2.2%p), 부산(0.9%p), 울산(0.8%p), 광주(0.2%p), 대전(0.1%p) 등도 모두 신차 판매비중이 높았다.

대구에서 등록대수 비중과 신차 판매 비중의 차이는 해마다 벌어지는 추세다. 2004년 -0.2%p였던 신차 판매 비중은 2005년 -0.6%p, 2006년 -1.0%p, 2007년 -1.3%p, 2008년 -1.4%p, 2009년 -1.1%p 등의 차이가 났다.

◆왜 대구에서만 이럴까

신차로 쉽게 바꾸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지역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탓으로 풀이된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않다보니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큰 신차보다는 중고차로 시선을 돌리기 마련이라는 것.

이 때문에 대구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중고차 매매업체 수가 가장 많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대구 사람들은 중고차를 살 때도 NF쏘나타보다 EF쏘나타를 더 선호하는 등 신형 모델보다는 이전 세대 모델을 찾는 경향이 강하고 가격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자동차보다는 집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집도 없는 형편에 무슨 새차를 구입하나"라는 인식과 함께 차량 구입에 목돈을 들이기보다는 집을 구입하거나 집의 크기를 늘려가는데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노후 차량이 늘어갈수록 지방세수가 줄고 매연 등 환경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차량 구입 시 납부하는 취·등록세는 지방세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신차가 많이 팔릴수록 지방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차량 취·등록세 중 비중이 높은 등록세는 2006년 531억6천500만원에서 2007년 577억8천400만원으로 늘었다가 세계적인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친 2008년 541억5천800만원으로 급락했고, 지난해에는 540억9천900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올들어 경기가 회복되면서 622억7천400만원(10월 말 현재)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이광걸 현대자동차 대구지역본부장은 "노후차로 인해 탄소 배출이 늘어나면 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고,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는 도시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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