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주왕산 관광지사업 무산' 시한폭탄

입력 2010-12-21 10:27:39

600억원 MOU 캐나다 투자자 13억원만 집행

청송군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주왕산 관광지 조성 사업의 해외자본 투자 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함에 따라 빨간 불이 켜졌다.

캐나다 원주민들이 600억원 투자를 약속했던 청송군 부동면 하의리 일대 주왕산 관광단지 개발이 청송군과 투자자 측의 5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에 따라 외자 유치를 전제로 부지 조성 등에 이미 3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한 청송군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 됐다.

◆'장밋빛 청사진'→'잿빛 현실'

지난 2006년 11월 캐나다 원주민들의 생활 환경과 문화를 그대로 옮겨와 국내·외 관광객들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마을 조성을 위해 청송군은 씨앤씨리조트개발㈜과 민간투자를 위한 사전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호텔 및 스파(지하 2층 지상 7층 150실), 타워·빌라형 콘도(75실), 캐나다 원주민 문화마을 등을 건립하기로 양측은 약속했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2007년 8월 캐나다 앨버타주를 찾아 캘거리, 에드먼턴에서 현지 투자유치 설명회를 가졌고 지난해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2008년엔 두 차례에 걸쳐 캐나다 원주민들이 청송군을 방문해 현지 답사까지 벌였다. 당시 캐나다 원주민들은 주왕산 관광지에 콘도와 인디언을 테마로 한 민속촌을 건설하는데 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캐나다 빌리지를 조성하는 씨앤씨리조트개발㈜는 2008년 11월에 부지 5만8천263㎡를 매입해 설계 등 절차를 거쳐 지난해 3월쯤 공사에 착공, 2011년 6월 말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송군은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감정가 43억원에 이르는 부지 대금 중 1차로 12억6천여만원만 받고 업체에 소유권을 이전했으며, 나머지 31억원(이자 3%를 포함)은 10년간 분할해 받기로 했다.

그러나 2년여가 흐르도록 캐나다 측의 직접투자는 부지매입에 들어간 13억여원이 고작이고 올해 말 완공 예정이던 호텔 등 숙박시설은 착공도 못한 상태이다. 캐나다 측은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 측 한 대리인은 "천안함 사건에다가 연평도 포격 사태까지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관광지 사업에 투자를 하겠느냐"고 밝히고 있다.

청송군은 연말까지 400억원 이상이 투자되지 않으면, 지난 5년간의 사업파트너 관계를 청산하고 캐나다 측에 넘긴 주왕산 부지를 돌려받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청송군 역시 300억원대의 사업비를 들여 부지 조성 등을 한 마당에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손해만 본 관광사업?

양측 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장밋빛 전망 속에 출발한 주왕산 관광지 조성 사업이 결국 파국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송군 한 관계자는 "씨앤씨리조트개발㈜이 지난 5월 말까지 4천만 캐나다 달러(400억원)를 군 금고에 예치하기로 했으나 이행 되지 않았다"며 결국 관계를 청산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청송군은 주왕산 관광지 조성 사업과 관련해 부지 기반 조성, 유교문화체험전시관, 도예촌, 민예촌 건립 등에 군비 등 321억원을 들여 현재 7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12월쯤 준공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외자 유치 무산으로 관광지 조성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부지 매매대금 12억6천여만원 중 상당 부분은 씨앤씨리조트개발㈜이 사업 부지를 담보로 빌린 돈으로 밝혀지면서 법적 분쟁까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투자자들의 말만 믿고 장밋빛 사업을 추진하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책임을 지는 공무원이 없다"며 "지금까지 이 사업을 위해 청송군이 지출한 돈의 내역을 공개하고 금전적 손실을 회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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