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업무보고 중간중간 軍상황 챙겨

입력 2010-12-21 09:46:35

긴박했던 청와대

해병대 연평부대가 해상 사격 훈련을 재개한 20일 오전 청와대의 분위기는 '폭풍 전의 고요'였다. 직원들은 평상시처럼 업무를 보면서도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 고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점심시간에 광화문 일대 등 외부로 운행하는 자체 셔틀버스도 평소처럼 붐볐지만 얼굴들은 다소 무거웠다. 김백준 총무기획관은 이날 직원들에게 ▷상황 예의주시 ▷복무기강 확립 ▷연락체계 유지 등을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정된 스케줄을 그대로 소화했다. 오전 8시부터 법무부, 행정안전부로부터 잇따라 내년도 업무보고를 받았고 오후에도 법제처 업무보고를 주재했다. 사격 훈련이 종료된 후여서인지 이 자리에선 간간이 농담도 던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중간 중간마다 연평도에서 벌어지는 군 작전 상황을 직접 챙겼다. 행안부 관계자들과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는 잠시 지하 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을 들르기도 했다. 사격 훈련 계획, 북한 동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진행 상황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에 대해 종합적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의 사격이 진행된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4시4분 사이 이 대통령은 지하 벙커 대신 본관 집무실에 머물렀다.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위기관리센터를 오갔고, 이 대통령은 임 실장과 천 수석 등 참모진을 수시로 불러 상황을 듣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훈련 종료 보고를 받은 뒤에야 영빈관으로 이동, 법제처 업무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분단 국가에서 영토 방위를 위해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은 주권 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행안부 업무보고에선 "최상의 안보는 단합된 국민의 힘이라 생각한다"며 "북한이 우리를 넘보는 것은 국론이 분열됐을 때"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훈련이 끝나고 나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듯한 모양으로 비치는 게 적절치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감이 외환·금융시장 등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도 해석됐다. 청와대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각 비서관실별로 1명씩 숙직해오던 24시간 비상근무체제도 지난 주말부터 중단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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