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불안에 대처하는 낯선 방법

입력 2010-12-21 07:56:53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취업 전쟁 속에서 생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던 학생들에게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예외없이 깊이 침습해 있다.

이런 심각한 불안을 느끼게 되면, 사람들의 태도는 평소와 다른 면을 보이게 된다.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 위정자들을 탓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자책하면서 상황으로부터의 도피만 모색하기도 한다.

박사 과정 수료를 앞둔 K와 Y도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이 사뭇 다르다. K는 독불장군형이며 평소 주변의 이러한 부정적 평가에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K는 다가올 불안 상황에 대비해 매일 치열하게 공부했고 남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든 말든 졸업논문 준비를 착착 진행해 왔다. K는 위기 상황을 피하지 않고 돌파구를 적극적으로 찾는 유형인 것이다.

한편 Y는 주변의 다른 학생들과 표면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겉으로는 언제나 연구에만 몰두하는 과묵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러나 취업은 요원하고 졸업논문은 시작도 못 하고 있는 현재의 그는 기습공격을 당한 듯 허둥거린다. 아직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느닷없는 상황이 들이닥친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성공적이었는지 모르지만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 볼 때, 연구라는 자신의 목적 달성에는 실패한 셈이다. Y는 요즘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신경 쓰지 말아야 할 자잘한 관계에 집착하며 원망의 세월을 보낸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마치 자신이 희생양인 듯 생각하고 행동한다.

언제나 자신만만해 보이는 K의 이야기는 불안에 대처하는 낯선 방법을 알려준다. 일찌감치 그는 자신의 심리상태가 사건발생 직전의 고조된 긴장감, 위기의 연속이라는 걸 감지하였다. 남들은 대체로 꺼리는 정신과를 찾아가 1년 이상 약물치료를 하였다. 현재는 심리치료까지 병행하고 있다. 그는 극심한 불안에 대한 경험이 이미 있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미래를 덜컥 맞닥뜨린 Y와는 다른 대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달콤한 해방감을 만끽할 틈도 없이, 고3 학생들은 대학입학 전형에서 선거의 막판보다 더한 혼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수능을 준비할 때보다 더 극심한 불안에 내던져질 이 아이들이 내심 걱정된다. 이런 과정을 잘 견디고 자신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삶의 방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 어른들은 이미 경험한 불안이기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김지애 인지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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