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처방전] 윤형방황을 하고 계십니까

입력 2010-12-20 07:34:04

사람은 눈을 가리면 길을 똑바로 걷지 못한다. 20m 정도 걸으면 실제로는 4m 정도의 간격이 생기고, 계속 걷게 되면 결국 큰 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 이런 현상을 윤형방황(輪形彷徨)이라고 한다.

요즘과 같이 정신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사는 이치도 윤형방황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분명 바쁘게 살았지만 정확히 올 한 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고,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통장을 정리해보니 연초보다 늘어난 것이 없음을 경험하게 된다. 또 건강을 위해 헬스 등록을 했지만 결국에는 본전 생각만 나게 된다. 눈을 뜨고 살았지만 눈을 감고 산 것과 다를 것 없는 현실이다.

새해를 시작할 시점에야 누구나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는데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사업을 하는 어떤 지인은 본인이 음식을 탐하는 습관이 있음을 알았지만 먹는 즐거움 또한 행복의 일부라고 호언하면서 예전에는 항상 과식을 하였다. 같이 외식을 한 적이 있는데 음식을 너무 많이 시키는 게 아닌가. 그래서 많이 시키지 말라고 권유하니까 "음식 남는 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남는 것은 내가 다 먹으면 돼요"하더니 정말 남는 것은 본인이 다 먹어 치워서 놀란 적이 있었다.

한동안 못 보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예전보다 많이 날씬한 모습이여서 어떻게 체중조절에 성공했냐고 물어 보았다. 60세를 맞이하면서 건강검진을 하였는데 복부비만이 너무 심하다고 해서 방사선 사진을 보니까 배가 거의 지방화돼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조용히 체중조절을 시작했다가는 흐지부지 될 것 같아서 아예 회사직원들 앞에서 "내가 6개월 동안 10㎏을 감량하겠다"고 선언하니까 그 약속을 지키게 되더라고 했다.

2011년을 열흘 남짓 남겨두었다. 새해의 소망은 남겨두고 우리가 보낸 2010년을 되돌아보자. 눈을 뜨고 제대로 전진하고 있는지, 아니면 눈을 뜨고도 눈 가려진 채 걷는 것처럼 제자리로 향해 돌고 있는지. 눈을 가리고도 가급적 똑바로 걷기 위한 두 가지 비결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기가 생각한대로 과감한 보조로 성큼성큼 걷는 것이며 또 다른 비결은 약 30보 걸어간 후 잠깐 멈추었다가 새 출발의 기분으로 또 30보를 걷는 것이다. 즉 자신감과 소신을 잃지 말고, 자기의 위치를 점검하는 것이 윤형방황하지 않고 세상을 똑바로 걷는 방법이라고 한다.

지금 이 시간 지금껏 살아온 방법대로 계속 걸어갈 건지 아니면 궤도 수정이 필요한지 되돌아보고 재정비를 해서 다가오는 새해에는 좀 더 각자가 추구하는 삶에 가까이 다가가길 바란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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