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 22명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국회 의사진행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도 했다. 폭력 사태가 빚어진 예산안 파행 처리에 대한 '자성과 결의'라는 형식으로 발표됐다. 이들 의원들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깊이 반성한다는 사과를 덧붙였다.
여야 간 몸싸움과 폭력, 대화와 타협을 무시한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자성은 시의적절하다.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국회 운영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표결의 강행 처리에는 아예 나서지 않겠다는 각오 또한 신선하다. 국회의원 299명은 저마다 모두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그럼에도 지도부의 뜻에 따라 일률적으로 행동하고 표결하는 것은 의회주의 선거의 의미와 맞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성명에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다수결 원칙을 무시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먼저 지적해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논의해야 할 한미 FTA가 고민거리다. 성명서 발표에 앞장선 남경필 의원은 한미 FTA를 논의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다. 남 의원은 물리력을 동원해 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야당이 격렬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당 의원 22명의 이탈은 한미 FTA 비준 동의를 어렵게 할 터다.
국회에서 패거리 주먹싸움은 사라져야 한다. 국민적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안일수록 타협하고 조정하는 게 국회의원의 책무다. 그러려면 몸싸움과 일방적 국회 운영의 원인부터 먼저 없애야 한다. 의원들은 무엇보다 의정활동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민생법안이 몇 달 몇 년씩 국회에서 낮잠을 자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예산안도 시일이 촉박하면 처리 시한을 연기하거나 밤을 새우고라도 논의해야 한다. 미루고 미루다 할 수 있는 일은 일방적 처리밖에 없다. 의원들의 불성실한 자세가 날치기의 악순환을 부른다.
여야 간 이견 다툼도 달라져야 한다. 무조건 반대로는 애당초 대화나 타협은 기대할 수 없다. 야당의 무조건적 반대는 여당의 독단을 유도할 뿐이다. 여야는 바뀐다. 여당일 땐 찬성하다 야당이 되면 일단 반대부터 한다면 그런 정당은 수권 자격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성은 바람직하지만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기에 앞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국회가 되기 위한 자성의 노력이 필요하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