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내려다보이는 종남산, '신공항' 후보지 한눈에
♥ 천왕산 이후의 비슬기맥(화악분맥) 마지막 구간은 천왕산~화악산 사이 10.5km(걷는 시간 3시간20분)와 화악산 꼬리 격인 그 정상~철마산 사이 5.2km(2시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천왕산(618m)~건티재(400m·큰티재)~범바위산(호암산) 북봉(542m)~요진재(405m)~화악산(932m)~853m구릉(헬기장)~아래화악산(757m)~422m재~철마산(634m) 순으로 이어진다.
저 15km 구간에서 화악분맥은 북쪽으로는 가지를 많이 뻗지 않는다. 그쪽 큰 지릉은 겨우 서넛이고 길어야 10km 이내다. 갈라져 나가 별도로 이루는 큰 산덩이도 밤티재(470m)를 건너 곧장 다시 솟는 청도 남산(870m)이 유일하다.
반면 남쪽으로는 가지가 길고 광범하게 뻗어나간다. 40여km나 달리는 것도 여럿이다. 서쪽과 남쪽은 낙동강을 만나고서야 경계가 그려지고 동쪽은 밀양강에 의해서야 권역이 갈라진다. 뭉뚱그려 본 권역 크기만도 가로 35km 세로 25km에 이른다. 창녕 화왕산(757m) 구룡산(741m·관룡산) 영취산(681m·영산면), 밀양 종남산(662m) 등 명산도 숱하다.
경남 창녕군 경우 비슬산 기슭에 붙은 몇 개 마을을 뺀 2읍 12면 전부가 바로 이 화악분맥 자락에 터 잡았다. 유명한 우포늪도 그 속의 한 하천이 불룩하게 굵어진 것일 뿐이다. 밀양은 총 16개 읍·면·동(5동 2읍 9면) 중 8개 읍·면·동(2동 1읍 5면)이 여기 속하거나 걸쳤다. 건설을 애타게 외쳐대는 영남권 신공항 자리도 그 자락 벌판이다. 대구 달성군 또한 구지면을 여기 의탁했다. 화악분맥서 읽을 의미는 바로 이 점이리라 싶다.
화악분맥서 남쪽으로 갈라져 나가 저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축(基軸)능선은 셋이다. 첫째는 천왕산에서 곧장 분기해 낙동강까지 내달리며 창녕과 밀양을 가르는 동시에 창녕 전역을 형성하는 '창녕지맥'이다. 둘째는 30리 떨어진 화악산 정상 남쪽 853m구릉(헬기장)서 출발해 남진하며 낙동강에 닿을 때까지 밀양강의 서쪽 분수령으로 역할하는 '밀양지맥'이다. 저 둘은 화악분맥을 떠받치는 두 기둥 같다. 그런 가운데 '창녕지맥'서는 창녕 대합·이방·고암면과 달성 구지면을 펼쳐놓는 '태백지맥'이 분기한다. 고령 개진면 지점 낙동강까지 북서진하는 저게 세 번째 기축능선이다.
셋 중 '창녕지맥'은 흔히 '열왕지맥'으로 통하는 산줄기다. 지형도에 처음 이름이 나타나는 게 '열왕산'이라고 해서 '신산경표'(2004)라는 책이 붙인 단순명칭이다. 그러나 인문학적 의미까지 고려한 가장 적실한 이름은 '창녕지맥'이 아닐까 싶다. 창녕군의 모든 땅이 거기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 출발점인 천왕산은 창녕 땅의 조산(祖山)이라 해도 틀림없을 터이기도 하다.
'창녕지맥'은 천왕산(618m)에서 밀양 청도면과 창녕 성산면을 구획하며 남쪽으로 내려선다. 단번에 떨어져 내리는 저점은 '천왕재'(459m). 밀양 두곡리 가곡마을과 창녕 가복리 상가복마을 사이의 오래된 고갯길이다. 거기서 올라서면 531m봉이다.
531m봉서는 '태백지맥'이 북서쪽으로 갈라져 간다. '태백산'(285m, 창녕 대합면)을 거친 후 대니산(408m·구지면)으로 북상하는 것과 우포늪 쪽으로 남하하는 것 등 두 갈래로 나뉘는 산줄기다. 그 중 대니산 가는 능선은 22km나 되는 물길을 사이에 두고 비슬산~천왕산 사이 화악분맥과 맞서 달린다. 중간의 물길은 천왕산서 발원해 운봉천(雲峰川)~달창저수지~차천(車川)을 거친 뒤 현풍 서쪽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태백지맥'을 갈라 보낸 후 창녕지맥은 '구룡골재'(391m)로 내려선다. 밀양 청도면과 창녕 고암면을 잇는 24호선 국도 고갯마루다. 고암면 쪽 골짜기가 구룡골이어서 붙은 이름이라 했고, 얼마 전까지 사용되던 지도들에도 선명하게 등재돼 있던 명칭이다. 하지만 지금 그 현지엔 도로 관리청이 세운 '천왕재'라는 팻말이 서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지도들도 모두 이 이름으로 표기한다. 새 길을 내는 과정서 관공서에 의해 이름이 왜곡됐다는 얘기였다.
저 구룡골재를 지나 518m봉(헬기장)으로 올라서면 드디어 창녕지맥 걷기가 본격화되는 느낌이다. 감골재(458m)~596m봉~청간재(435m)~매봉(567m)~여래봉(663m)~살매재(543m)를 거쳐 '질매등'(670m)으로 진행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 도중의 '여래봉'은 지형도에 '열왕산'(烈旺山)으로 나타나는 봉우리다. 하지만 그건 한자로는 도저히 뜻을 풀 수 없는 명칭이다. 우리말 이름의 억지 한자 표기라는 뜻이다. 주변 마을서 그걸 열왕산이라 하는 경우도 없었다. 대신 '여러방산' '여리방산' '여래광산' '여래봉산' 등 다양하게 발음했다. '여래봉' 혹은 '여래방'에다 '산'을 붙여 발음하는 과정서 생긴 변음들로 보였다.
'여래방'이 본딧말이라면 그건 '여래바위'에서 유래한 것일 수 있다. 흔히 산촌에서는 바위(방구)를 '방'으로 줄이거나 '뱅이'로 편하게 발음하면서 그게 있는 산의 상징으로 삼기 때문이다. '여리' '여러' '여래'는 다른 산에서도 더러 보이는 '부처 닮은 바위'가 있다고 해서 붙은 말일까? 어쨌든 잠정적으로나마 '여래바위산' 정도로 파악하고 줄여 '여래봉'이라 하면 어떨까 싶다.
'감골재' '청간재'는 창녕 고암면 자연마을들 이름을 사용한 고갯마루이고, '살매재'는 청간마을과 청도면 홈실마을을 잇던 고개다. 창녕서는 저 잿길들을 걸어 청도면 소재지 구기리의 '당숲장'을 다녔다고 했다. 당숲은 전국에 이름 난 그 마을 복판 숲이다.
저런 재와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고암면 공간서는 '토평천'이 발원해 서쪽으로 27km나 달린다. 앞서 본 '태백지맥'과 지금 살피는 '창녕지맥'을 양쪽 둑으로 삼다가 낙동강에 합류하기 직전 유명한 '소벌'(우포늪)로 넓어지는 하천이다.
이 구간서 주목할 또 다른 지형은 살매재 다음의 '질매등'(670m)이다. 거기서 '화왕산 능선'이 서쪽으로 갈라져나가 토평천의 남쪽 둑이 되는 동시에 다시 여럿으로 분기해 창녕읍·대지면·유어면·장마면·남지읍의 넓은 땅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흔히 '열왕지맥'이란 이름 탓에 터무니없이 '여래봉'을 주시하게 되나, 실상 이 구간 핵심 지형은 이 '질매등'인 것이다. 질매등은 창녕읍·고암면·청도면 세 읍·면이 만나는 '삼면봉'(三面峰)이기도 하다.
질매등서 분기하는 화왕산 능선은, '놋단이재'로 잘못 알려져 있는 '칠미기'(501m)로 내려섰다가 구룡산(741m)~관룡산(754m)~화왕산으로 솟는다. 거기서 한 지릉은 창녕읍 고분군을 지나 서쪽으로 직진해 가면서 토평천의 남쪽 담장이 되고, 다른 한 능선은 남쪽으로 직각으로 굽어 내리면서 서쪽으로 또 다른 긴 산줄기들을 갈라 보내 남지읍을 중심으로 한 낙동강변의 거대한 권역을 일군다. 남쪽으로 내려서는 저 능선을 역으로 오르다보면 화왕산이 온통 바위덩어리로 이뤄진 소금강 같이 보인다. '억새밭'으로 각인된 저 산 이미지를 다양화시켜 주는 특별한 산줄기인 셈이다.
질매등 서쪽의 화왕산 권역과 남쪽의 창녕지맥 나머지 산권을 구분 짓는 물줄기는 화왕산 남사면서 발원해 낙동강에 이르는 25km 길이의 '계성천'(桂城川)이다. 그것의 남동쪽 담장 역할은 창녕지맥 중 질매등~질등고개(435m)~736m봉(창녕읍 영취산 제2봉, 밀양 무안면 가례리 뒷산)~630m봉 구간과 630m봉서 분기하는 영산면 영취산 능선이 합세해 맡는다.
창녕지맥의 마지막 집산점(集散点)은 '종지바위산'(547m)이다. 부곡면의 북산이고 밀양 무안면 어룡마을의 서산인 거기 이르면 산줄기는 여럿으로 갈라지면서 창녕의 부곡면·길곡면·도천면·영산면으로 퍼져간다. 종지바위산이란 이름은 홍수시대에 종지 같이 생긴 그 꼭대기 바위만 물 위로 솟아 남아 생긴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 국가기본도에 나타나 있는 그 이름은 '종암산'이다. 무리하게 한자화 시킨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남하하는 창녕지맥의 동쪽에는 '밀양 청도천'이 흘러내린다. 30리 길이의 천왕산~화악산 구간 화악분맥 물을 모두 받아 낙동강에 이르기까지 30여km에 걸쳐 거의 직선으로 이어가는 하천이다. 그 수변에는 북쪽서부터 밀양 청도면·무안면·초동면 땅이 이어 펼쳐지고, 초동면은 동쪽의 하남읍(下南邑)으로 열려있다.
이렇게 물길을 통해 곧바로 이어지다보니 이들 밀양 청도천변 권역은 쉽게 하나로 묶이고, 함께 화악분맥 너머 북쪽 청도군 풍각장 혹은 창녕지맥 너머 서쪽 창녕군 창녕장·영산장과 긴밀한 생활권을 형성했던 듯하다. 화악분맥 위의 '건티재'(400m)나 '요진재'(405m)는 그럴 때 청도~밀양을 잇던 고개였다.
청도천 권역의 서쪽 담장이 창녕지맥이라면, 동쪽 담장 격 산줄기는 밀양지맥이다. 30km 넘게 이어 달리며 더 동쪽의 밀양시 부북면 등 밀양강 수계를 청도천 수계로부터 구획하는 능선이다.
저 밀양지맥의 꽃은 누가 뭐래도 '종남산'(662m)일 것이다. 밀양시가지 남산 격인 저 산에 오르면 온 세상이 다 보이는 듯하다. 낙동강·신공항희망지 및 밀양시가지·삼랑진은 바로 눈앞이고, 북동쪽으로는 영남알프스, 남동쪽으로는 부산 금정산, 북서쪽으로는 가야산, 남서쪽으로는 지리산 연봉이 훤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보다 의미 있게 바라다 보인 건 역시 인접 창녕지맥이었다. 그 지릉인 영산면 영취산 능선까지 한눈에 짚임으로써 화악분맥을 떠받치는 듯한 두 개의 기둥 격 산줄기가 모두 살펴지고 그 사이의 청도천 유역과 동편 밀양강 유역까지 단번에 파악되기 때문이다.
글 박종봉 편집위원
사진 정우용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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