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농·축협 조합장 "구제역 나몰라라"

입력 2010-12-17 11:39:13

비상상황서 해외출장… "농민은 잠 못하는데…"

구제역 사태가 20일째 이어지면서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구제역과의 전쟁에 가장 앞서 뛰어야 할 안동지역 농·축협 조합장들이 해외 출장과 조합장 선거 돈 살포 혐의, 검역 무시 등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경북농협수출협의회장인 A조합장과 또다른 농협의 B조합장 등 안동지역 조합장들은 지난달 29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연일 구제역 의심 가축이 나타나는 등 비상상황인 이달 1일부터 5일 동안 수출상담과 유통현황 파악 등을 이유로 대만과 홍콩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해외 출장길에는 이들 안동지역 조합장 2명을 비롯해 경북지역 농협 조합장 16명과 직원 1명 등 모두 17명이 2천600만원의 예산으로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15일에는 내년 3월 실시될 예정인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농협 조합장이 조합원 52명에게 돈을 살포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이 조합 관할 지역에서도 최초 구제역 발생농장과 역학관계가 있는 양돈농장에 대한 돼지 매몰처분과 대규모 한우 농장들의 방역 등으로 농축산농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회의에 잇따라 참석해 "농장주들이 베트남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들어온 것이 구제역 발병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축협 조합장 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초순 동료 축산농 2명을 비롯해 30여 명의 일행과 함께 구제역 발생국가인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면서 구제역 검역을 무시했던 축협 C조합장이 안동발 구제역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의 중심에 서있다.

안동시 가축질병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16일 언론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구제역으로 피해를 입는 지역민들이 바로 농·축협의 조합원들이다. 안동지역 농·축협의 지원이 아쉽다"며 "농·축협이 앞장서 농민과 축산농들에게 구제역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홍보하고 구제역 확산에 누구보다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조합장 해외 출장과 관련해 농협 측은 "오래전부터 대만과 홍콩 바이어들과의 상담과 수출협의 약속이 잡힌 상태라서 출장길에 올랐었다"며 "구제역 초기라서 상황이 이렇게 확대될 줄 몰랐으며 출장지에서 전화로 상황대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