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42) 씨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으면서 3년 전 투자했던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10%가 넘자 서둘러 펀드를 환매했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많지만 그동안 마음고생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한동안 코스피지수를 지켜보며 간접투자 상품을 다시 투자해 볼생각이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더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차익을 실현한 뒤 투자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펀드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가 급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수 상승에 따른 새로운 자금 유입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썰물처럼 빠지는 펀드
지수가 오르면 주춤할 걸로 예상했던 펀드 환매가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자리잡는 모습을 보이면서 차익을 손에 쥐려는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것.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2천5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달 들어 순유출 규모도 1조3천146억원에 이른다.
펀드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트라우마'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007년 펀드 붐이 일 당시 자금을 쏟아부었던 투자자들이 막상 수익이 현실로 다가오자 손해보기 전에 팔아치우기 급급하다는 것.
이는 투자자들의 신뢰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전국 광역시 2천530명을 대상으로 펀드 투자자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펀드 투자자 비율은 47.4%로 지난해 49.4%에 비해 2%포인트 줄었다.
특히 과거 투자 경험은 있으나 현재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22.3%나 됐다. 증권시장에서 주식형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펀드가 보유한 주식 비중은 6.61%로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펀드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지난해 4월부터 국내 증시의 상승세에 힘입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환매 때문이다. 자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이달 14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25조2천190억원에 달한다.
◆신규 유입도 늘어 희망적
펀드시장을 빠져나가는 자금이 적지 않지만 새로 펀드에 투자하는 자금 또한 늘고 있어 펀드시장이 부활 조짐을 보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신규 유입자금은 주가가 1,900선을 돌파한 지난 10월 1조2천482억원이었고, 11월은 7천828억원, 이달에도 8천218억원의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지난 5월에서 9월까지 신규 유입자금은 3천억~4천억원 수준이었다.
증시전문가들은 주가 2,000선 이후에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자금이 2조원 수준에 불과한 만큼 점차 환매 물량이 잦아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 자금유입이 강했던 2007년 이후 코스피 1,950~2,000포인트 사이에 들어왔던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 규모는 총 4조2천320억원이다.
이 지수대에서 해지된 펀드 자금은 2조975억원으로 환매 대기물량은 2조원가량에 불과하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 순항한다면 시중을 떠도는 자금이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2000이라는 상징적인 지수대에 올라오다 보니 투자자별로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며 "부담으로 느끼는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서는 반면 내년 주식시장이 긍정적인 만큼 추가유입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있어 양쪽에서 자금 유출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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