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원화여자고등학교가 올해로 개교 55주년을 맞았다. 원화여고는 1953년 애국지사 동암 서상일 선생과 아동문학가 창주 이응창 선생이 '나라 사랑 겨레 사랑'을 건학이념으로 달성공원 앞 조양회관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신라 화랑의 전신인 '원화'(源花)에서 따온 교명에서 알 수 있듯 원화여고는 교훈인 '진실'을 바탕삼아 '자유의 원화'를 꿈꾸며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교풍을 갖고 있다.
원화 동문들은 이런 교풍에 따라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밝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예의 바르고 규칙을 준수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지향한다.
올 11월 2만여 동문들의 대표를 맡게 된 서현숙(24회·50·약사) 원화여고 총동창회장은 "독립유공자가 세운 학교라는 점과 우수한 학력, 아름다운 교정 등 모교에 대한 동문의 자긍심이 매우 높다"면서도 "다만 여고 총동창회로서 앞으로 보다 많은 동문회원들을 확보하는 것이 숙제"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이어 "달성공원 앞 교사(校舍) 시절과 성당동 교사에서 공부했던 동문들을 간극 없이 잘 연결해 원화 동문의 새로운 번성기를 맞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원화여고는 1980년 달성공원 앞에서 지금의 달서구 성당동 교사로 이전했다. 서 회장은 따라서 기수별 온라인 카페를 열어 연락을 취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동문의 소모임이 있다면 총동창회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화여고 동문들의 소모임 중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그룹은 등산부였던 30여 명이 결성한 '설앵초'와 대구시내 초·중등교사로 재직하는 300여 명의 모임인 '원사모'(원화여고를 사랑하는 모임) 등이 있다.
◆확연히 달라진 학교 환경
달성공원 앞 교사 시절 원화여고는 좁은 운동장에 시설도 열악했다. 권이경(24회·50·바나실문화공간 운영)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고교 추첨에서 '원화'를 배정받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회고했다. 특히 좁기 그지없는 운동장은 체력장을 위한 100m 거리가 나오지 않아 학생들은 교문 밖까지 뛰어나가야 했다. 학년별 무용이나 체육시간이 겹치면 몇 학급은 학교 건물 옥상에서 수업을 받았으며 특히 졸업앨범을 위한 배경 사진을 찍을 때는 교복을 입은 채 달성공원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이랬던 학교가 달서구 성당동으로 옮긴 후 환골탈태를 거듭해 올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한민국 좋은 학교'에 선정돼 대구를 대표해 제1회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 참가했다. 2004년엔 교정의 숲이 '아름다운 숲' 우수상을 수상했다.
정윤자(28회·46·원화여고 교사) 총동창회 총무는 "교정의 물레방아 연못 전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라며 모교의 아름다운 교정을 한껏 자랑했다. 운동장에 깔린 천연잔디는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즐기는 장소와 학습에 지친 몸을 가볍게 푸는 헬스장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조성되기까지 선배들의 노력이 따랐다. 이정귀(25회·49) 전 사무국장은 "1980년 성당동 이전 교사에서 운동장의 돌멩이를 직접 치워야 했다"고 회상했다.
◆달서구 명문사학으로 비상
달라진 환경은 학력의 급신장을 가져왔다. 원화여고는 1980년대 이후 경북대학교 최다 진학 등 4년제 대학 최고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이 점에 대해 동문들의 자부심은 매우 크다. 밝고 긍정적인 학습 분위기 조성과 창의적 인성 프로그램의 도입은 명품교육의 요람이 되면서 정 총무는 "모교 재학생들 스스로가 '명문귀족'임을 자처하고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런 노력들은 2008년 학력향상 우수교 표창, 2009년 사교육 없는 학교 및 중등영어리더학교로 선정되는 데 일조를 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부터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등지의 유명 학교들과 자매결연을 하고 친선교류를 통해 국제화시대를 준비한 끝에 최근엔 학교특색사업으로 '다문화이해 프로그램을 통한 국제이해교육'이 선정되면서 총동창회가 지속적으로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학창시절 에피소드
총각 교사와 학생 간 애틋한 러브스토리 한 토막 없는 여고가 어디 있으랴만 원화여고 동문들이 회고한 사제간 정은 더욱 남달랐다. 한번은 담임 선생님의 낡은 실내화를 본 한 학생이 자신의 신주머니를 급우들에게 돌려 돈을 모아 새 실내화를 선생님께 선물했다. 다음날 선생님께서는 큼직한 꽈배기를 한아름 사와 이에 보답했다. 이런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져 매년 원화여고 합창제와 체육대회 때는 남자 선생님이 공주로 분장한다든가, 함께 리본을 다는 등 교사들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축제를 준비한다.
또 성당동 교사가 막 지어졌을 무렵 달성고 앞에서 버스를 내려 논밭길로 등교할 때 비라도 오는 날이면 하얀 운동화가 온통 진흙투성이가 돼 수돗가에서 운동화를 씻은 후 아예 신발을 들고 맨발로 교실로 향하던 일, 뽀얀 하복을 입고 하교할 때 당시 50사단 방위 근무자들이 땀 냄새를 풍기며 여학생들에게 집적대면 달성고 남학생들이 원화여고생들을 지킨다며 그들을 에워싸준 일은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다.
◆모교 장학금 지원
원화여고 총동창회 장학회는 개교기념일(10월 15일)마다 20명의 재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한다. 기수별 장학회와 개인별 장학회도 있어 정기적으로 모교에 장학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모교 지원 차원에서 학교행사 때마다 기부와 찬조를 하며 특히 매년 연말 '후배사랑 도서기증'을 하고 있다.
◆체조가 교기(校技)
1986년 아시안게임 체조 금메달리스트 서선앵 선수를 배출한 원화 체조부는 이후에도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제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윤나래 선수가 개인종합 1위 및 단체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제37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대항에서 마루와 평균대에서 1위, 제37회 회장기쟁탈 전국중고체조대회에서 개인종합 1위를 했다. 내년엔 골프부도 신설할 예정이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정계에 이달희(27회) 한나라당 대구사무처장을 비롯해 예술계에 조선희(31회) 사진작가가 원화여고 출신이다. 법조계엔 김미경(38회) 인천지법 판사, 이지윤(37회) 검사, 박은정(39회) 검사가 활동하며, 관계에 오유진(44회) 외교관이 있다. 이외에도 김실화(31회) TBC PD, 장진영(39회) TBC 아나운서, 황교진(42회) MBC PD, 안다영(44회) KBS 기자, 신은정(48회) MBC 기자 등이 활동하고 있다.
◆총동창회 연중행사
매년 입학식과 스승의 날, 개교기념일, 창주문학상 시상식에 모교를 방문하며, 수능 전날은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찰떡과 만점 초콜릿 등을 준비해 모교를 찾는다. 매년 11월 마지막 주는 총동창회 주관 '원화의 밤' 행사로 올해는 약 200여 명의 동문이 참석했다. 또한 졸업식과 후배사랑 도서기증 및 수능 후 총동창회 후원 성악·합주·무용축제에도 빠지지 않고 모교를 방문한다. 원화여고 총동창회 053)650-0119.
우문기기자 pody2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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