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송년회 이렇게…

입력 2010-12-17 07:43:14

"세 자매 각자 음식 준비해 친정서 송년회 열자"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원고지 3~5매 정도의 분량으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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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우미현(대구 달서구 용산동)

다음 주 글감은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복지시설 가 보고 싶다"

이제 송년회 행사도 많이 달라진 듯하다. 부어라, 마셔라 했던 음주 문화에서 가족과 함께 음악회 가거나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연말 분위기는 마음을 들뜨게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허전하고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해 12월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대뜸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사 줄 거냐고 물었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했더니 올해는 조금 색다른 선물을 받고 싶다고 했다.

비싼 선물을 원하는가 싶어서 심적인 부담을 느끼며 잔뜩 긴장하고 있으니 '고아원'(사회복지시설)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반 친구가 사회복지시설에 맡겨졌다가 1년 전부터 고모 집에서 학교 다니고 있다는 말을 하며 그러한 시설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너무나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안한 아들의 부탁에 조그만 선물과 떡을 준비해서 방문했다. 연말 분위기로 장식한 그곳에 또래 아이들이 많이 있어 잠시 멋쩍어하더니 이내 친해졌다. 전학 온 같은 반 친구가 그곳이 어떤 곳이라고 말했는지 궁금했고, 아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도 궁금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의 눈치를 살펴보니 뭔가 중요한 경험을 한 것처럼 마음다짐을 새롭게 하는 것이 보였다. 그 후 아들의 태도는 조금씩 변화를 가져왔고 천방지축 철부지였던 것이 조금은 침착해진 것 같다. 올해는 어떤 의미를 가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 달라고 할지 기다려진다!

문삼숙(대구 달서구 용산동)

♥종친회서 자작시 읊어

자선냄비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시청 앞 광장에 크리스마스 나무가 불을 밝히는 것을 보며 이제 경인년이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밀성 밀양 박씨 청년부녀회 주최 '송년의 밤'이다. 지난 4일 창녕 부곡하와이교육원에서 청년부녀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송년 모임을 위해 제주도를 제외한 경향 여러 곳에서 500여 명이 부부 동반으로 모였다.

개회 선언과 인사말씀, 격려사, 환영사 등이 있은 후 참석자 인사 및 소개를 가졌다. 평소 시 짓기를 즐겨하던 나는 소개 받는 자리에서 자작시 '못 잊어'를 읊었다.

'못 잊어 밖에 나가 하늘을 보니/ 바람결 아기별이 춤을 춥니다/ 유성의 흐름 따라 내 마음 가네/ 그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오/ 사랑보다 깊은 사랑/ 정으로 사는 인생/ 돌아보니 하얀 웃음 꽃이 핍니다/ 오늘밤도 못 잊어 잠 못 이루네/ 겨울밤 맑은 하늘별이 빛난데/ 못 잊어 사는 것이 행복이라오.' 박수 소리가 들렸다.

종친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저녁을 먹고 다과를 나누며 정담을 나눴다. 2부 초청 공연에 이어 네 시간에 걸친 '송년의 밤'을 마쳤다. 모두들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 날씨는 찼지만 가득한 정으로 가슴이 따뜻했다.

박효준(대구 달서구 송현2동)

♥가족 같던 이웃과 이별 파티

올가을은 유난히 쓸쓸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던 한 가족이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가을은 무언가 텅 빈 듯, 공허하고 허허로운 계절이었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여러 가지 추억이 있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가족을 위해 특별한 송년회를 열기로 했다. 2년간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그런 송년회 말이다. 우리는 우선 그 가족이 좋아하는 소박한 음식을 준비할 거다. 그런 뒤 그 가족과 우정을 나누었던 다른 가족이 함께 음식을 나누며 지난 2년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댁 아들이 5살밖에 되지 않아 이 동네에서의 추억을 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 파티를 위해 나는 그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다. 그 사진으로 예쁜 앨범을 만들어 선물할 생각이다.

풍성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하고, 한 해 추억이 있는 송별회는 특별히 의미 있으리라!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풍성한 송년회 장면이다. 한 가족을 둘러싼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파티는, 이별 파티이지만 아마 훈훈함과 감동으로 넘칠 것이다.

그 가족을 생각하면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다. 비록 멀리 이사 가지만 이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리라 믿는다. 평생을 서로 돌아봐줄 수 있고 멀리 있지만 마음이 서로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것으로 쓸쓸한 겨울을 위안받아야겠다. 아마 우리들의 파티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따뜻할 것 같다.

이현민(대구 수성구 시지동)

♥애들은 방학하자마자 외가로

딸만 셋인 우리 집. 세 자매 모두 맏며느리인지라 설은 시댁에서 보내고 신정은 몇 해 전부터 친정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7명의 아이들이 방학하는 날 총알같이 외갓집에 내려가 마음껏 자유를 누린다. 두 분이서 조용히 계시다가 일주일 동안 7명의 손자들 밥해 먹이려면 정신없고 힘드실 텐데. 날마다 웃을 일이고 사람 사는 집 같다고 좋아하신다. 친정 부모님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 길은 더욱 가슴이 설렌다. 큰언니는 갈비찜과 전을, 둘째 언니는 잡채 전문, 나는 무침회를 준비했다. 아버지는 딸들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일부러 가마솥에 불을 지펴 닭을 푹 삶아주신다.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밥 먹는 동안 호일에 싼 고구마를 아궁이에 넣어둔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나면 어느새 출출해지고 노랗게 익은 군고구마를 시원한 동치미와 함께 먹는 맛이란 기가 막힌다. 장독에 든 달콤한 홍시를 꺼낼 땐 아이들은 외할머니의 비밀창고에서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좁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끝말잇기를 시작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지치도록 한다. 어머니, 아버지도 열심히 따라 하신다. 벌칙은 어른은 엉덩이로 이름 쓰기, 아이들은 개인기를 한다. 우리 아들은 능청스럽게 이야기한다. "여러분 배꼽 빠져도 책임 안 집니다. 조심하세용." 드디어 송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새해 건강을 빌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우리의 소박한 송년회는 막을 내린다.

김윤진(대구 북구 태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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