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초이내 온수 콸콸… 순간 전기온수기 선두주자 ㈜씨엠테크

입력 2010-12-17 07:56:59

불편·물 낭비 만사 OK

세라믹 히터에 관한 독보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주)씨엠테크는 순간전기온수기, 의료용 멸균기 등 핵심 부품을 응용해 다양한 완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세라믹 히터에 관한 독보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주)씨엠테크는 순간전기온수기, 의료용 멸균기 등 핵심 부품을 응용해 다양한 완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민흥식 대표이사
민흥식 대표이사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양치질하지 않으시나요?"

직장인 김욱진(가명·33) 씨는 오전 7시쯤 찜찜한 기분으로 회사로 향했다. 찬물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 터라 아직도 머리가 멍멍하다. 온수가 말썽이었다.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비몽사몽 화장실로 향하는 김 씨.

세면대 물을 틀어놓은 뒤 칫솔을 입에 문다. 온수가 나오기까지 수십 초가 걸리기 때문에 양치질하는 동안 물이 데워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바쁜 마음에 대충 찬물로 씻고 나왔다. 점심 때 역시 온수 때문에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다. 한 주간 업무 실적을 마무리해야 하는 금요일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에 매점에서 적당히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이날따라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컵라면 점심족들이 많아 4번째 순으로 물을 받았지만 미지근한 물이 나온 것이다. 김 씨는 "꼭지만 돌리면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기나 온수기 없냐"며 얼굴을 찡그렸다.

한 번쯤 야구장에서 컵라면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섰다가 미지근한 물을 받은 경험이 있을 법하다. 온수를 기다리며 아까운 물을 세면대에 흘려보내는 일도 일상이 돼 버렸다.

㈜씨엠테크를 만나면 이 모든 불편과 낭비가 한번에 사라진다. 틀기만 하면 온수가 '콸콸' 쏟아지는 순간전기온수기와 샤워기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순간전기온수기 선두주자

15일 오전 11시쯤 대구 달서구 진천동 ㈜씨엠테크 생산라인. 경력 10년차 박영순 씨가 작업대 위에서 텅스텐 프린트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 작업은 접합 부분에 전도 물질을 바르는 작업. 두께와 넓이를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박 씨는 이런 고난도 작업에 얇은 붓 하나와 스탠드 조명 외에는 보조기구를 쓰지 않는다. 헤어드라이기를 달고 텅스텐 점도를 낮추는 등 자기만의 프린트 비법과 다년간 숙련된 기술을 가진 까닭에 불량제로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박 씨는 "프린트 작업만 계속 해오다 보니 이제는 눈감고도 일을 할 수 있다"며 "여러 해 작업 경험과 기술이 쌓여 달인 아닌 달인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씨엠테크도 마찬가지다. 독보적인 세라믹 메탈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기업이다. 창업 초기부터 기술력 확보에 주력했다.

민흥식 대표를 비롯해 안영근 이사 등 경영진이 하나같이 대기업 연구소 출신이다. 한솥밥을 먹던 3인방이 대구에서 1998년 회사를 차렸다.

대구가 섬유산업의 중심이고 섬유산업에는 첨단 세라믹 소재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휴대전화기 세라믹 필터를 생산했지만 2000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세라믹 히터 등 핵심 부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분야에서 세계 특허를 출원중이고 국내 특허는 이미 얻은 상태다.

"3초 만에 따뜻한 물이 36℃로 유지되면서 나오는 기술은 이제까지는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씨엠테크는 이 독자적 기술을 바탕으로 순간전기온수기, 샤워기, 의료용 멸균기 등 완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순간전기온수기의 경우 일본의 유사 제품보다 가격이 5배 가까이 저렴하고 질도 우수하다. 안 이사는 "세라믹 히터 핵심기술로 만들 수 있는 완성품 영역은 끝도 없이 넓다"며 "독자적 세라믹 히터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응용 중"이라고 말했다.

◆'월화수목금금금'

단기간 업적은 민 대표의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근성과 추진력에 기인한다. 과거 연구원 시절부터 그의 추진력은 정평이 났다. 한번 일을 맡으면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다.

"신혼 때 하마터면 사장님 때문에 이혼할 뻔했습니다." 안 이사는 대학원을 마치고 갓 연구소에 입사한 초년병 시절 이야기기를 끄집어냈다.

"입사와 함께 결혼했는데 1년 내내 새벽별을 보며 출퇴근하는데 어느 아내가 좋아하겠습니까?" 오전 6시에 출근하고 빨라야 오후 11시가 돼야 귀가하는 생활이 반복됐던 것.

안 이사는 "선임이었던 사장님의 연구 열정이 그만큼 대단했다"며 "항상 불가능을 부정했다"고 말했다. 안 이사에 따르면 민 대표는 체구는 왜소하지만 지치지 않는 철인 중에 상철인이라는 것. "연구소에서 사장님의 열정에 반해 '내 인생을 걸어도 되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옆에 붙어 있죠."

민 대표는 기술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연구원 출신답게 다른 건 뒤떨어져도 기술만큼은 업계 1위를 지키고 싶다. 공장 안에 공과대에나 있을 법한 대형 전자현미경을 갖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라믹을 접합하고 금속화하는 과정에서 조직을 확대하는 등 기술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원하는 인재상 역시 열정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꼽는다. 기술력은 끝이 없고 끝없는 싸움에서 이기려면 무한한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실력 있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며 "모든 인재의 근본은 열정과 의지"라고 말했다. 또 "실력은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나아갈 때 저절로 쌓이는 부산물"이라고 덧붙였다. "즐기는 사람은 포기할 줄 모르며 능동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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