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참여 저조…영문 몰라 우왕좌옹 혹은 일상생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실전 상황을 가정해 15일 치러진 제382차 특별 민방위 대피훈련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했다. 시민들은 대피훈련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갈팡질팡했다.
길 가던 차량은 멈춰서긴 했지만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지하 대피소로 가는 운전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아파트 주민이나 상인들도 지하 주차장 등의 가까운 대피소를 찾지 않았다.
◆"왜 대피하나요"
15일 오후 2시 대구시 동구 신암동 큰고개오거리 일대. 지나는 버스 노선만 20개가 넘고 인근에 동구청과 전통시장이 있어 평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거리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자 공무원과 민방위대원들은 길가던 시민들을 지하보도로 안내했다.
거부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 보행자들은 안내에 따라 지하보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차량은 멈춰서기만 했을 뿐 차에서 내려 대피하는 운전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50대의 한 운전자는 "평소 민방위 훈련 때처럼 차를 세우기만 하면 되지 굳이 지하 대피소까지 갈 이유가 없다"며 "날씨도 추운데 왜 대피훈련을 해서 지하로 내모느냐"고 투덜댔다.
이날 추운 날씨 속에 진행된 민방위 훈련은 당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큰고개오거리 지하보도에서 대피 중이던 시민 김현주(23·여) 씨는 "추위가 매섭지만 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특별 훈련인데도 외면해버리는 시민 의식이 아쉽다"고 했다.
◆"어디로 대피하나요"
아파트 입주민과 시장, 상가 등에서 생업을 꾸리는 상인들도 지하 대피소를 찾지 않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안전성에 따라 등급을 나눈 지하공간 2천932곳이 비상대피시설로 지정돼 있다. 이 중 고층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경북도청 대피소, 도시철도 1·2호선 55개 역사, 경북대병원 등과 함께 2등급 대피 시설(117곳)이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지하 주차장 대신 집 안에 머물렀고 인근 상인들도 영업을 계속했다.
주부 김모(39·수성구 황금동) 씨는 "우리 아파트에는 사이렌 소리도 없었다. 어디로 대피하는지도 모르다 방송을 보고서야 훈련 사실을 알았다"며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다들 대피 장소를 모르고 있었고, 추운데 뭐하러 움직이냐는 반응들이었다"고 했다.
시중 은행들이 잠시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중지하기는 했지만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아랑곳않고 영업을 했다.
대단지 아파트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김모(33·수성구 수성동) 씨는 "길에 나가지만 않으면 되지 모든 시민들이 대피해야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대구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임시 반상회를 통해 홍보를 했지만 막상 훈련이 시작되자 시민들의 협조가 기대에 못 미쳤다"며 "거주지에서 가까운 대피소와 대피 요령을 제대로 알도록 훈련을 반복해야만 정착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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