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미 FTA, 철저한 준비만이 살길이다

입력 2010-12-14 15:23:55

12월 3일 한미 FTA 추가 협상 타결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국내 산업계를 비롯해 너 나 할 것 없이 우려보다는 큰 기대에 들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 6월 30일 한미 양국이 FTA에 공식 서명하면서 국가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양국 간 FTA 발효 후 3년간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증대 효과를 포함하여 무려 36조 원 이상의 GDP 증대와 10만 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국내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미국 자동차 업계의 반대 등 미국의 추가 협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한미 FTA의 정상적인 발효가 우려되어 왔다. 더욱이 추가 협상에 들어가서도 9차례에 걸친 양국 간 통상협의 장관회의 끝에 이번 타결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에 산고는 그만큼 더했을 것이고, 그 과실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기대감은 우리 지역 내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부품업계는 최대 수혜 업종으로 지목되면서 희색이 만면하다. 섬유 산업계도 연간 대미 섬유 수출이 1억8천만 달러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 크게 환영'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마치 지역 섬유산업의 부활을 약속이라도 받은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지역 IT 업계는 직접적인 수출 증대 효과에는 큰 기대를 보이지 않아 자동차 부품업계나 섬유업계보다는 다소 침착한 모습이다. 하지만 통관 시스템과 같은 수출 인프라 개선 효과에 큰 기대를 보이고 있다. 축산양돈업계 또한 관세철폐 시한 2년 연장으로 대미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고 한시름 놓은 것 같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협상 타결 후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이러한 장밋빛 기대들에 대해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다. 우선 현재 우리 지역의 산업 현실에서 봤을 때 과연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수출이 증대되고, 우리 지역 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을지 크게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의 경우 한국과 미국 모두 발효 후 4년간 균등 철폐하기로 합의하였는데, GM, 포드, 크라이슬러와 같은 미국 업체들은 이미 양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출시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핵심부품인 2차 전지는 선진국 대비 경쟁력이 낮은 수준이고, 주요 부품들도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등 기술력이 낮은 수준이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한편 미국섬유단체연합회를 제외한 미국의 섬유의류수입협회와 의류신발협회도 한미 FTA가 자국 섬유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우리 지역에서는 공업용 섬유의 대미 무역역조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수출마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축산양돈 분야도 2년간의 유예기간은 보장되었으나, 그 기간 동안 대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외에도, 지역 주력 제조업체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의 자동차, IT 업계의 대미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어서 이 또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 FTA가 오히려 우리 지역의 산업 발전에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같이 한미 FTA가 우리의 장밋빛 기대를 십분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에 우리 지역의 명운을 신탁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주어진 기회를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따라서 향후 닥쳐올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준비만이 우리 지역이 한미 FTA 협상 타결에서 본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철저한 준비만이 한미 FTA를 지역 산업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지역차원의 암묵적인 합의가 시급하다. 다음으로는 각 산업별 세부 분야별 기존 대응 전략의 재검토가 중요하다. 특히 녹색산업과 같은 미래의 먹을거리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농축수산업과 같이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부문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도 동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 FTA 대응 지역전략회의'와 같은 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 차원의 대응 전략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지역 발전으로 연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부형(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필자 사정으로 이번 주 홍철 칼럼은 쉽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