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가축 영혼위해 잔 올립니다"

입력 2010-12-14 10:30:58

안동시·청년유도회 축혼제…축산농가 조속한 재활도 기원

14일 오전 안동시청 마당에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와 돼지 등 가축의 원혼을 달래는 축혼제가 열렸다.
14일 오전 안동시청 마당에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와 돼지 등 가축의 원혼을 달래는 축혼제가 열렸다.

"유세차 경인년 12월 14일 안동시장은 축산농가의 뜻을 모아 구제역 발생으로 희생된 가축들의 혼과 넋을 달래기 위해 잔을 올리나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 당한 수많은 가축들의 영혼을 달리기 위해 '축혼제'가 열렸다.

안동시와 안동청년유도회는 14일 오전 10시 안동시청 마당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구제역으로 강제 살처분 당해 희생된 한우 2만 마리와 돼지 10만 마리에 대한 원혼을 달래기 위해 천지신명에게 고하는 진혼제 형태의 축혼제를 열었다. 2000년대 이후 전국에서 벌어진 구제역 사태는 모두 48차례이나 살처분된 가축들을 위한 축혼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축혼제는 살처분이 마무리되면서 안동축협사료공장 권면 지사장의 제안으로 처음 논의가 벌어져 생명을 중시하는 안동지방 특유의 전통적 정서가 반영되면서 위령제 형태로 마련됐다. 비록 가축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생명을 강제로 죽이게 되면서 참혹한 경험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트라우마'(충격적인 경험뒤 정신적 후유증)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살처분 동원 공무원들과 수의사, 피해 농가 등도 함께 참여해 상호 위로와 죽은 가축들의 영혼을 달래는 시간을 가졌다.

축혼제를 통해 구제역 사태로 안동 전체 소와 돼지 16만여 마리 중 70% 정도인 12만 마리가 살처분돼 존립기반마저 위태롭게 된 안동축산의 재활을 기원하기도 했다.

제상에는 소와 돼지들이 좋아하는 먹이와 사료도 차려지며 축문에는 갓 태어난 송아지와 돼지새끼, 출산 중인 암소, 노부부와 평생을 함께 해 온 농우 등 '구제역 발생 위험 반경 내'라는 이유만으로 예외없이 살처분 된 안타까운 사례도 소개됐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구제역 사태가 이렇게 참혹할 줄 몰랐다"며 "전쟁 그 자체였던 이번 구제역 사태로 희생된 가축들의 넋과 혼을 달래주고 가족처럼 지내던 가축들을 잃고 공황 상태에 빠진 축산농가들을 위로하기 위해 축혼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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