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시리즈가 진행 중인 야구장. 관중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스윙 자세를 잡고 투수가 와인드업을 시작한다. 이때 시야가 좋지 않은 한 관중이 투타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일어선다. 그러자 곧바로 옆과 뒤, 마침내 사방에서 관중들이 줄줄이 일어선다. 결국 야구 시합이 끝날 때까지 전체 관중 가운데 그 야구시합을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구성의 오류를 설명하기 위해 흔히 쓰는 사례다.
구성의 오류는 본래 논리학에서 나온 개념으로서 경제학에서는 어떤 행동이 개인적으로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런 선택을 했을 경우 오히려 모두에게 해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 사회에서 부조리한 많은 부분들이 구성의 오류에서 비롯되며 이것은 정치, 경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을 망라한다.
최근 롯데마트에서 5천 원짜리 통닭을 판매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킨 계기가 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로스리더(loss leader'원가 이하의 미끼 상품)로 통닭을 판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마트 피자가 소비자의 폭발적 관심을 끌자 이에 대응할 목적으로 개발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끼 상품을 동원한 저가판매정책이 과연 궁극적으로 기업형슈퍼마켓(SSM) 자신들에게 이익을 안겨주고 또한 사회적으로 총효용의 증가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SSM간의 경쟁은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을 가져오므로 당장에 소비자 효용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아 SSM들이 피자와 통닭 같은 상품에 대한 저가 판매를 경쟁적으로 확대할 경우 동네 피자가게와 통닭집 등과 같은 중소자영업자들의 급속한 몰락과 함께 실업률의 증가와 빈부격차의 심화를 가져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사회적 총효용의 감소를 가져 올 뿐 아니라 사회적 유효수요의 저하를 야기하여 결국은 SSM 자신들의 매출 감소를 야기하는 요인이 됨으로써 구성의 오류가 빚어질 개연성이 크다. 결국 롯데마트는 여론의 압박으로 16일부터 통닭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오히려 마케팅 전략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될 것 같다.
구성의 오류가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영역은 저가입찰제다. 일반적으로 원청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가 입찰을 하게 되면 하청업체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수주를 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면 제품 한 개의 원가가 변동비 100원, 고정비 100원으로 200원인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생산을 하지 않더라도 고정비가 1만 원이 발생하고 추가적인 생산을 하게 되면 변동비 100원만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제품을 하나도 팔지 못하면 손실이 1만 원이 발생하지만 만약 제품 하나에 150원에 100개를 팔게 되면 손실이 5천 원으로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하청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려 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결손이 누적되어 하청업체들은 도산하거나 원가 인하를 위해 제품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나중에 이것은 원청업체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불량 부품으로 인한 대규모 리콜 사태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저가입찰제라는 거래 관행의 기저에는 바로 이러한 함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구성의 오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지나친 경쟁 체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이 워낙 우수한 민족이다 보니 개개인이 잘 살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남다르게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승자가 많은 것을 누리는 반면 패자는 너무 많은 것을 잃는 사회 시스템 때문일 것이다. 시장경제하에서 지나친 경쟁은 사회의 법, 제도, 관행 및 문화적 요인과 결부되어 구성의 오류를 야기하며 결국은 사회 발전의 장애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의 오류는 적극적인 사회시스템의 변화와 제도적 노력에 의해서만 최소화할 수 있으며 그 오류를 계속 줄여가야 '모두가 살고 싶은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이승도(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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