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민가 한 채로 출발, 국가 동량 요람으로 우뚝
'영남산이 높이 솟아 배움의 정신 보여주고 마뜰 넓은 품에 세계문화 호흡게 하네~.'
민족 근대화를 이끌 인재 양성을 뛰어넘어 세계 문화를 호흡게 하고 조국의 번영과 민족의 광명을 어깨에 짊어질 청년기의 호기를 담은 안동고등학교의 교가다.
1951년 허름한 기와집 민가 한 채로 개교한 안동고등학교는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한국전쟁중에 개교한 안동고는 이렇다 할 교실을 마련하지 못해 노천수업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권상철 초대 교장은 경북 북부지역의 유일한 인문계 남자고등학교로 자부심을 가지기를 학생들에게 당부하면서 학문 숭상과 안동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갈 사명감이 학생들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16회 졸업생인 이희재(63·안동대학교 총장) 안동고등학교 총동창회장은 "민가 한 채에서 흙벽돌 교사로, 목조 교사로 발전을 거듭했던 안동고등학교는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인해 교사 절반이 물에 잠기고 허물어지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며 "하지만 개교 이념처럼 이 나라를 이끌 동량을 길러내는 산실로 웅지의 나래를 폈으며 태산준령도 거칠 것없이 하늘을 향해 날으는 비마(飛馬)처럼 솟구쳐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특히 개교 60주년을 맞아 전 동문의 이름을 담은 총동창회 회원 명부를 발간해 동문들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동문들의 근황과 활동상을 함께 공유, 끈끈하고 결속력 강한 총동창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회장은 "총동창회는 여러 동문들과 하나의 뿌리를 가진 나무라 생각한다. 서로가 상호 보완해 발전을 거듭할 것이며 비마인 특유의 결집력을 더욱 높여 회원 발전은 물론 모교 발전과 후배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했다.
남시효(28회·51) 총동창회 사무처장은 "1976년 10월 설립된 안동고등학교 총동창회는 전국 14개 지회 2만1천여 명의 동문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흩어져 있는 동문들의 역량을 한 곳으로 모아 모교와 후배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공립학교의 재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총동창회의 다양하고 왕성한 모교와 후배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 그때는 그랬지
권중동(1회·78) 전 노동부 장관은 "처음에는 교실도 없었고 들판에 칠판을 세워놓고 공부하면서 학생들이 직접 흙벽돌을 찍어 교사를 지었다. 우리는 흙을 이기고 볏짚을 썰고, 흙벽돌을 만들면서도 행복했다. 이곳이 젊음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요람이었기 때문이었다"고 개교 초기를 회상했다.
안동고등학교 동문들의 학창시절 추억 속에는 누구라도 '차전놀이'가 아련하게 남아있다. 차전놀이를 통해 선후배 간 엄격한 규율을 배워 사회인으로 반듯하게 자랄 수 있었으며 단결과 화합,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권순협(24회·57) 안동농협 조합장은 "60년대 들어 민속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민속놀이는 경북도 대표로 민속경연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국풍 81'과 같은 굵직굵직한 국가 행사에도 안동고인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며 "풍물패들과 오색 깃발을 앞세우고 앞꾼들이 방어와 전투자세로 전진하면 동채꾼들이 대장이었던 나를 태우고 등장했다. 긴 수염을 휘날리며 대군을 이끄는 대장은 때로는 바람처럼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때로는 일사불란하고 질풍노도같이 전투를 지휘했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 동문들은 학교 옆에 자리해 있던 과수원에서의 '사과 서리'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가뭄 극복을 위해 낙동강 바닥에 도랑을 파던 일, 야산에 올라 송충이를 잡다가 온몸에 독이 올라 고생했던 일, 매년 가을철 학교 대항 운동회 모습, 겨울철 영남산에 올라 토끼몰이로 산토끼를 잡던 기억, 하지만 무엇보다 안동고등학교 동문들은 경북 최고의 명문고 학생이라는 자부심으로 '흰테 두른 모자'를 멋들어지게 쓰고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동문들의 모교사랑
안동고등학교 총동창회는 지난 2008년 12월 31일 '(재)안동고등학교 비마장학회'(이사장 류종묵·8회·㈜흥국 대표이사)를 설립했다. 장학사업과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한 동문들의 모교·후배사랑의 모태가 되고 있다. 비마장학회는 2015년까지 8억원의 장학기금을 모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3억원의 기금이 모아졌다.
동문들로부터 개인 후원을 받고 동기회별로 매월 일정금액의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동기회별 1만원 기부운동을 확산하고 직장, 직능별 소모임에도 기부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지금까지 장학회는 2009년 서울대 입학생 2명과 모교 신입생 10명에게 모두 1천7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 올해 들어서도 서울대 입학생과 장학생 3명, 모교 신입생 5명 등에게 2천여만원을 전달하는 등 2년간 모두 3천684만6천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 밖에 재경향우회에서 해마다 3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오고 있으며 의사 동문들로 구성된 '목우회'가 2, 3명, 법조인들로 구성된 장학회에서 6명 등 동문들의 후배 사랑이 불타오르고 있다.
남시효 사무처장은 "재단 투자가 자유로운 사립학교와 달리 공립학교의 경우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동문들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장학회 활성화는 모교와 후배들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는 일"이라며 "내년에는 흩어진 동문들의 장학회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했다.
또 총동창회는 안동고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겨울 방학기간 동안 마련하고 있는 '신입생 선행교육'에 참가하는 교사들의 교육비 수당을 지급,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간접 지원하고 있다.
◆축구와 테니스는 전국 으뜸
안동고등학교는 축구와 테니스에서 전국 으뜸을 자랑하고 있다. 김진구와 백지훈 등 5명의 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한 축구팀(감독 최건욱)은 지난 1992년 9월 '제36회 청룡기 전국 중고축구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제25회 전국 시도대항 중고축구대회 우승, 1994년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고교 축구대회 우승, 1996년 전국 고교축구 선수권대회 우승, 1997년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우승, 2000년과 2001년 2년 연속 백록기 전국 고교축구대회 우승, 올 10월 2010대교눈높이 권역별리그 우승 등 전국의 굵직굵직한 대회 우승을 15차례나 차지한 축구 명문고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문들을 비롯해 지역 축구협회 등은 해마다 축구팀 후원의 밤을 마련해 성원을 보내오고 있다.
테니스 경우도 15년째 안동고에 몸담고 있는 김인규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전국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한 해가 없다. 지난 2008년에는 회장기, 소강배와 낫소기 테니스 대회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중학 시절 이미 고등부 대회에서 우승한 '괴물선수' 임용규(3학년)를 비롯해 윤재원과 안병모(2학년), 정기수(1학년) 등 고교 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가 다섯이나 되는 '스타 군단'이다.
◆동문들 사회진출 현황
안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곳곳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동문들 가운데 소개할 대표적 인물을 고르는 데도 며칠을 고심할 정도로 부지기수다. 경북 최고의 명문고답게 출신 동문들의 활동도 눈부실 정도다.
우선 관계의 대표적 인물로는 권중동(1회) 전 노동부 장관과 김휘동(12회) 전 안동시장을 손꼽을 수 있다. 권 전 장관은 초대 총동창회장으로 동창회의 기틀을 잡았으며 김휘동 전 안동시장은 지금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오랜 행정경험을 토대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정계에는 박구일(2회)·권정달(4회)·박세환(8회)·김화남(9회) 전 국회의원과 권택기(32회)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있다. 박세환 전 의원은 현재 재향군인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교육계에는 안동고 총동창회장인 이희재(16회) 안동대학교 총장, 이준구(14회) 대구한의대 총장이 있다.
법조계에는 김승년(12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변호사와 김진한(24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언론계에는 금창태(6회) 전 중앙일보 사장, 의료계에는 김주현(14회) 서울대학교 흉부외과 교수, 재계에는 류종묵(8회) ㈜흥국 대표이사가 있다.
◆총동창회 연중행사
총동창회는 10월이면 개교기념 정기총회 및 한마음 화합 체육대회를 마련한다. 이날은 전국에서 몰려든 동문들로 인해 모교 운동장이 가득 들어찬다. 후배들에게 사회 곳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교 선배의 모습을 보여 스스로 학생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안동고 총동창회장배 친선골프대회를 마련해오고 있다. 올해 대회에는 무려 150여 명의 동문들이 참석해 화합을 다졌다. 또 동창회는 매년 한두 차례씩 전국 동문들의 소식을 담은 동창회보를 발간해 전국에 보내고 있다.
특히 기수마다 졸업 20주년이 되는 해에는 생존해 계시는 은사님들을 초청해 모시고 '사은회'를 마련하는 전통은 다른 학교 동창회에서 찾아 보기 힘든 광경이다. 게다가 체육대회 주관 기수로 돌아오는 졸업 30주년 되는 해에도 이색적인 행사를 통해 스승의 은혜에 고마움을 전하는 풍토를 남겨오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총동창회장은 이희재 안동대 총장. 사진은 본사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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