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R&D허브 역할, 미래 먹고살 기술 개발 메카로
영남권 연구개발(R&D) 허브를 목표로 2004년 9월 설립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10일 현풍(대구 달성군) 시대를 맞는다. 첨단 과학기술의 혁신을 선도할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기반 산업 및 첨단과학 분야를 연구,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지 6년 만이다.
DGIST는 대구의 연구중심축으로 자리 잡아 지역의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할 기술을 개발하는 곳으로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풍 시대 맞은 DGIST
과학기술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DGIST가 10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일원 대구테크노폴리스에서 연구원 준공식을 연다.
준공식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이한구·이해봉·서상기 국회의원, 뇌과학전공 학과장인 가브리엘 로네트 교수(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로봇공학전공의 브래들리 넬슨 교수(스위스연방공대), 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자문위원장인 제럴드 케이튼 교수(미국 텍사스 A&M대), 태국왕립공과대학 테라부티 분야소폰 총장 등 1천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DGIST는 2008년 10월 기공식을 가진 뒤 국비 1천86억원, 시비 550억원 등 총 1천636억원을 투입해 34만1천118㎡의 터에 본부동·연구동·실험실동 등 7개 동의 건물(건축 연면적 5만2천83㎡, 지하 1층·지상 9층) 규모로 2년 만에 완공됐다.
내년부터 대학원 체제로 돌입하는 DGIST의 준공을 시작으로 대구테크노폴리스에는 국립대구과학관을 비롯해 각종 연구기관 및 교육기관들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첨단산업이 연계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대한민국 동남권을 아우르는 대구경북의 R&D특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인선 DGIST 원장은 "중요한 탄생 이유와 달리 DGIST는 그동안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기본계획 수립 당시 부지 면적이 3분의 1로 줄고, 조성사업도 타당성 재조사 등의 여러 악재로 4년가량 허비했는데 드디어 현풍 시대를 맞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또 "DGIST는 연구와 교육의 연계, 이론과 실용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교육 모델로, 국가 과학산업에 기여할 우수인재 양성과 연구활동에 힘쓰겠다"며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통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우수 인재 모집이 관건
2004년 설립된 DGIST는 그동안 숱한 악재를 겪는 바람에 개교가 많이 늦어졌다. 그 바람에 최근 개교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대(UNIST)와의 격차는 한층 더 벌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국 후발주자인 DGIST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요건은 우수 인재 모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이를 위해 DGIST는 올해 예정됐던 석·박사 모집에 '올인'을 선언했다. 개교 초기 학교 이미지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원장은 "한번 굳어진 학교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교 직후 얼마나 많은 인재가 몰리느냐가 학교 성패와 직결된다"고 했다.
DGIST의 인재 모집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이다. 내년 개설되는 대학원 과정(석·박사)을 위해 지난달 실시한 일반전형에서 석사과정에 63명, 박사과정에 15명이 각각 지원했다. 이 전형에서는 대구경북 33명, 서울 및 기타 36명, 해외 9명 등으로 타 지역 및 해외 출신 지원자가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지난 9월 실시한 특차전형에서는 석·박사 과정에 각각 82명과 25명이 지원했다. 특차전형에서도 대구경북 34명, 서울 및 기타 38명, 해외 10명 등으로 59%가 해외 및 타 지역 졸업생 지원자였다.
DGIST의 내년도 대학원 모집정원은 뇌과학, 로봇공학, 정보통신융합공학, 에너지시스템공학 등 4개 전공에 석사과정 80명, 박사과정 40명이다.
최근 이공계 기피 및 외국 석·박사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타 대학의 대학원생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관심을 보인 DGIST의 첫 대학원 특차·일반 전형 지원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학위 과정 시설도 초읽기
10일 준공하는 연구동과 병행해 학위 과정 시설도 내년 초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DGIST가 밝힌 학위과정 시설종합기본계획에 따르면 학교 배치 콘셉트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가 다른 학교들이 대체로 단과대별로 분화하고 독립적으로 배치했던 공간인 교육지원시설(도서관, 식당, 콘퍼런스 센터, 학생복지시설, 어학원, 라운지, 공통강의실 등)을 통합하고 대공간화한 것이다. 이는 학문 간 최근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통섭(統攝) 공간 구축을 유도했다고 DGIST 관계자는 설명했다.
두 번째는 지속 가능성에 기반을 둔 친환경 연구단지다. 마스터플랜 초기 단계부터 복원, 보존, 활용, 변환의 프로세스에 따라 도입한 것으로, 자연환경 훼손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친환경 건축물로 만들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연구공간 지향이다. 효율성과 가변성을 극대화한 'LAB SYSTEM'(연구실 환경)으로 연구환경에 따라 레이아웃을 조절할 수 있는 유동적인 공간 구조를 구축한다. 소통과 융합을 위한 공간구조로, 학부 단위의 학술 세미나·전시·휴식·데이터 검색 등이 가능한 통섭 홀과 교수-학생 간의 적극적인 교류를 유발하는 인터렉션 브리지로 구성된다.
DGIST 관계자는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유입한 쾌적한 연구환경을 위해 모든 교수실을 남향에 배치하고, 실험실은 균질한 조도 확보를 위해 북향으로 배치했다"며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햇빛을 건물 전체에 유입할 수 있는 아트리움 형태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뇌연구원 유치로 특성화 견인
DGIST는 우리나라 뇌융합 산업의 '브레인'이라는 목표를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광주 GIST의 광산업과 울산 UNIST의 에너지, 대전 KAIST의 신약 특화처럼 DGIST를 뇌과학 분야로 특성화 및 브랜드화해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뇌연구원 유치가 필수다. 2014년까지(1단계) 총 1천138억원을 투입, 2013년 개원 예정인 한국뇌연구원은 최소 5만2천㎡(1만5천730평) 부지에 1만9천54㎡(5천764평) 규모의 건물을 세워 2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상주한다. 정부는 연구원 운영비와 R&D 비용을 매년 지원하고, 연구원을 유치하는 지자체가 부지 및 건축사업비를 분담하게 된다.
뇌연구원을 유치할 경우 매년 420억원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국비로 상시 지원받을 수 있다고 DGIST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미개척 분야인 뇌 연구를 선점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뇌융합 원천기술 개발과 G7 수준의 뇌강국 진입' 프로젝트의 거점대학으로 나설 수 있다. DGIST가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 원장은 "정부가 올 초 한국뇌연구원 입지 장소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세종시와 6·2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연기되다가 최근 한국뇌연구원 설립 추진계획안을 확정했다"며 "뇌과학 특성화를 내세운 DGIST는 물론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메디시티' 대구라는 강점을 내세워 반드시 뇌연구원을 유치, 지역 미래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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