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도심 '인문학의 눈'으로 들여다 보니…

입력 2010-12-08 09:22:25

대구 중구청 인문학 강좌 마련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인문학 강좌도 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이 근대 문화 유산이 풍부한 대구 옛 도심에 대한 인문학 강좌를 마련, 눈길을 끌고 있다. 12월 8, 9, 10일과 15, 16, 17일에 여는 '점심의 인문학' 강좌가 그것이다. 대구 도심인 종로, 진골목, 장관동 일대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역사적 문화 공간을 둘러보면서 인문학 강의를 듣는 형태로 돼 있다. 시간이 낮 12시부터 1시까지라 직장인들도 참가할 수 있다.

강의실을 따로 마련하고 오전, 오후 시간대에 강좌를 열기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점심 시간대에 식사도 하고 대구 옛 도심 일대를 둘러봄으로써 인문학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히고 참가층도 늘리자는 것이 이 강좌가 마련된 취지이다. 대구 중구청은 '도심 재발견', '살기좋은 도시 중구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구 옛 도심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참가비는 점심 식사 값 정도인 5천원. 그러나 6개 강좌별로 참가 인원이 선착순 20명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종로, 진골목 일대에는 오래된 시간과 많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으며 이에 대한 인문학적 해설이 강좌의 핵심이다. 첫 강좌인 8일에는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을 주제로 한 강의가 열렸다. "소설 '마당 깊은 집' 문학적 성취와 공간사적 의미"라는 주제에 '마당깊은집 투어 콘텐츠 개발 과정'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강사는 소설가이기도 한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와 글을 쓰는 문화기획자 최화성 명랑행성 대표가 참가자들과 함께 소설의 배경 무대를 둘러봤다.

두 번째 날인 9일에는 4대를 이어가는 대구지물상사 이야기인 '종이와 함께 50년' 이야기가 이어진다. 강사는 대구지물상사 3대 계승자인 김종대 씨가 직접 맡는다. 셋째 날인 10일에는 '점심에 열리는 오픈하우스 : 화교협회'(구 서병국 저택)라는 강의가 이어진다. 1929년 대구 갑부였던 서병국의 주택 겸 사무실로 지어져 사용되어오다 지금은 화교협회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로 화교 건축가로 알려져 있는 모문금이 설계 시공한 건물에 대한 이야기다. 김주야 김천과학대 건축인테리어과 교수가 강사로 나선다.

2주차 첫째 날이자 전체로는 넷째 날인 15일에는 '점심에 열리는 한옥 오픈하우스 : 구 서병원 저택'주제의 강의가 이어진다. 강사는 조재모 경북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다. 그 다음날은 대구 도심을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는 '미도 다방' 이야기다. '대구 할아버지들의 뜰'이라는 곳이다. 강사는 스물한 살에 한복을 입었던 '가오마담' 정인숙 미도다방 대표다. 할아버지 대에 부자였다가 보증 문제로 아버지 대에서 집안이 몰락, 고교 졸업 직후 생활 전선에 뛰어든 지 40년이 된다는 그녀다. 마지막날인 17일에는 '기억과 증언, 그리고 대구의 근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체 일정을 정리하는 강의로 박승희 영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가 강의를 맡는다. 053)661-3986~8.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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