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할리우드로 조성하겠다던 거창한 프로젝트가 소규모 휴양시설로 용두사미(龍頭蛇尾) 되나?"
경상북도와 문경시 그리고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대표 이수만)가 2조6천억원의 외국·민간 자본을 문경에 유치, '동북아 최대의 영상문화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거대한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현재로선 실현 불가능한 상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2조6천억원 사업→480억원?"
영상문화단지 조성을 위해 2007년 3월 문경시와 SM 측은 양해각서 체결과 함께 이 사업을 전담할 ㈜M-Studio City라는 회사를 설립했지만 현재까지 투자자들을 찾지 못해 2008년 초부터 착수하겠다던 공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사업에 실질적으로 투자할 컨소시엄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계획한 투자규모도 2007년 2조6천억원에서 2008년 6천억원, 2009년 1천480억원으로 축소되더니 지금은 고작 6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한 상태여서 상당기간 이렇다할 기반시설도 갖추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사업은 애초 문경시 일대 1천200만㎡(360만평) 부지에 영상·문화시설, 문화콘텐츠 산업단지, 영상테마파크, 전시·공연장, 웰빙푸드, 스타박물관, 레저시설 등을 조성해 한 곳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고, 컴퓨터그래픽 등 후반 작업까지 마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한국의 할리우드'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투자자를 모으지 못한 SM 측은 자체적으로라도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우선 480억원 투자 목표로 워터파크와 콘도 등 수익사업을 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사업 규모의 대폭 축소는 물론 실질적인 사업 내용까지 바뀌는 것이어서 '무늬만 영상단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른 자위 땅, 현물 출자도 논란
문경시가 부지 제공을 위해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 노른자위 부지 3만6천108㎡(1만923평)를 전체 자본금의 20% 지분으로 현물 출자하겠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경 시민 이모(51·문경시 모전동)씨는 "영상문화관광복합단지가 단순한 휴양시설로 은근슬쩍 축소될 우려가 높다"며 "결국 외지 업체가 문경새재 최고의 요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벌어가는 데 문경시가 들러리를 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문경시의회 상당수 의원들도 "SM 측이 영상문화관광복합단지에 투자할 여력이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영상문화단지 1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13년까지 갖춰지는 것은 영상문화와 관련 없는 워터파크와 콘도밖에 없지 않느냐"며 "애초 내놓았던 사업 계획은 물 건너 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응천 문경시의원은 "워터파크나 콘도와 같은 규모의 사업은 다른 업체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문경시 핵심 부지의 현물 출자 방식은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탁대학 문경시의원은 "연예기획사가 콘도와 워터파크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인근에는 이미 지정 고시된 호텔지구가 있을 뿐 아니라 공터로 남아 있는 상업시설이나 숙박시설부지도 많아 이곳부터 새재공원 균형개발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경 전체 발전 염두에 둔 사업이 돼야"
이를 두고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지금의 사업구상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사업이지 실질적인 문화도시 문경을 만들려는 접근 방식이 아니다"라며 "문경지역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시설과 장소 등이 결정되도록 문경시 등 사업 주체들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문경시의회는 7일 문경시가 제출한 새재부지 현물 출자 건에 대한 공유재산변경계획안 승인을 부결했다. 문경시는 이 계획안을 한번 더 의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문경시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침체 등으로 사업 참여자가 중도에 포기하고 초기 투자비도 과도한 측면이 있어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며 "사업 참여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 같은 계획을 마련했으며 문경새재에 위락시설을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은 만큼 이 시설을 계기로 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의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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