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자신 있게 희망의 미래로

입력 2010-12-07 10:51:35

몇 년 전 미국의 TV 토크쇼에 출연한 할리우드 정상의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에게 한 방청객이 "당신과 같은 자신감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었다. 그녀의 답은 "나 자신도 항상 완벽한 연기를 위한 불안감이 많지만, 늘 자신감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려 노력한다. 항상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진정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홍안의 청년으로 혈혈단신(孑孑單身)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을 올린 박찬호는 지난 일요일 자신의 장학회 주최로 열린 야구장학생 장학금 전달식에서 "누구나 다 힘든 시간을 거친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발전해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점을 어린 꿈나무들에게 강조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자신감을 만들어내고 전파시킨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람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샘물처럼, 불안하고 메마른 마음을 진정시키는 자신감을 만들어 낼 줄 알았다.

짐 콜린스의 명저 에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를 설명하고 있다.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하노이 힐턴' 전쟁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미군 최고위 장교로,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간 수십 차례의 고문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미 해군 3성 장군이다.

그는 수감 기간 숱한 고문을 겪으면서도 동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며 살아남았다. 장군의 회고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가장 일찍 죽은 사람은 비관론자가 아니라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였다. 이들은 석방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대책 없이 기다리다가 거듭되는 좌절에 실망하며 극단적 실의 속에 죽음을 맞았다. 반면 장군은 반드시 풀려난다는 신념을 갖되 단기간 석방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수용소 생활의 비관적 상황을 철저히 대비하며 견뎌냈다.

콜린스는 '결국에는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동시에 눈 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이끄는 경우든 다른 사람을 이끄는 경우든, 위대함을 창조하는 모든 이들의 징표'라고 결론 짓고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신조어를 만들게 된다.

100년 만의 한파와 유례 없는 폭설로 시작한 2010년 경인년도 예외 없이 다사다난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세계 기록을 경신하면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해 서설(瑞雪)의 확인을 알리는 듯하였지만, 백령도 근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공격으로 침몰하면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급기야는 북한의 연평도 지상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까지 발생하여 한반도의 긴장감은 정전 이래 최고조에 이르렀다. 새해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설레야 할 때지만 세계 금융 위기 충격이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매서운 한파 속에서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할 안보 위기의 시간이 된 것 같다.

위기(危機)는 '위험'(危)과 '기회'(機)를 동시에 의미한다. 북유럽의 해적에서 유럽의 왕국으로 뿌리내린 바이킹의 역사도 북대서양의 매서운 찬바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꿈과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 또한 영국의 신교도에 대한 탄압이 없었더라면 탄생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공포가 잠재된 위기의 순간은 과거 어느 때도 겪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와 끊임없이 도전하는 프런티어 정신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위기 앞에서 전전긍긍할 때가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좀 더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생존을 넘어 '위대한 차이'를 만들기 위한 리더십을 통해 냉철한 현실 인식과 열정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할 순간이다. 다가오는 신묘년(辛卯年)은 위기를 넘어 현실을 직시하고 확신에 찬 자신감으로 새로운 도약이 이루어지는 희망의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채재(FTV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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