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 가까워질수록 이미 써놓은 원고 집중, 작품 완성도 더 높여야
다시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이미 원고를 부친 사람들은 당선 소식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고, 아직 원고를 보내지 않은 문학 청년들은 떨리는 가슴으로 하얗게 밤을 새울 것이다. 문청들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데 스스로 시험대에 오르고, 누구도 격려하지 않는 가운데 쓴다. 그리고 십중팔구는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가운데 절망한다. 어째서, 왜 그래야 하는지 자신도 모르고, 알아듣게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그 오랜 역사를 가진 신춘문예는 여전히 끼끗하고 애틋하고 새롭다.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조영아 씨는 "신춘문예, 말만 들어도 소름이 돋아요. 한마디로 징그러워요. 내가 거길 어떻게 통과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신춘문예는 그만큼 떨리고 어렵고 신비로운 과정이다. 신춘문예를 통해 먼저 등단한 사람들로부터 어떤 전략으로, 어떤 태도로 글을 썼기에 당선의 영광을 안았을까. 혹시 남모르는 비기(秘技)는 없는지 물었다. 과연 그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철학과 비기가 있었다.
2009년 매일신문을 비롯해 전국 일간지 수필 부문 신춘문예 3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주인석 씨는 "신춘문예를 준비할 때는 일단 마음을 비워야 한다. 지금까지 써온 작품을 찬찬히 분류해서 잘된 작품을 골라내고, 문학성 있는 작품, 감동이 있는 작품, 유머가 있는 작품을 골라내야 한다. 문학성 있는 작품은 작가의 역량을 보여주고, 감동이 있는 작품은 작가의 인간미를 보여주고, 유머가 있는 작품은 여러 작품을 읽느라 다소 식상한 심사위원들에게 웃음을 준다"고 말한다. 심사위원들이 짓는 웃음은 곧 일상 속의 웃음이니 결코 '심사를 위한 아첨'이 아닌 것이다. 그녀는 "작품을 보낼 때는 임박해서 보내지 말고 미리 보낼 것을 권한다. 미리 보낸다는 것은 작품의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김은아 씨는 주인석 씨와 다른 방식을 선호했다.
"우선 긴장해야 한다. 긴장하면 두뇌 회전이 훨씬 더 빨라지고 벼락치기 효과가 있다. 평소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지막 한 달은 더 긴장하고 집중함으로써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다른 장르라면 여러 작품을 써서 여러 곳에 응모할 수 있지만 소설의 경우는 여러 작품보다는 가장 마음에 드는 1, 2개 작품만 골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녀는 마감이 임박한 상태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도 새 작품에 도전하기보다는 이미 써놓은 원고에 집중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이영옥 씨는 "무엇보다도 심사위원의 눈길을 붙잡으려면 새롭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첫 번째 배치된 작품(시의 경우 일반적으로 3편 이상의 작품을 응모하도록 돼 있다)의 제목이 통념적이지는 않나 검증해야 한다. 또 대표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신춘문예용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과감하게 자리를 바꿀 것"을 권했다.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자 김현욱 씨는 "흔히 아동문학을 동심의 문학이라고 하지만 동심이 뭐냐고 물으면 어린이 마음 어쩌고저쩌고하며 십중팔구 흔한 소리를 한다"며 "동심은 천심이고 진심이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박윤규 선생님의 '동심론'을 꼭 챙겨보기 바란다. 동심의 시야가 더욱 넓게 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혹시 응모자의 실력을 몰라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 10편 혹은 20편까지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완성도 높은 4, 5편만 보낼 것을 주문했다.
신춘문예 심사위원을 자주 맡았던 이정환 시조시인은 "시조 응모자는 기본형(정형)을 충분히 숙지해야 하고 자신이 쓰고 싶은 상의 이면세계를 잘 표현해야 한다. 특히 시는 상투적 언어를 써서는 곤란하다.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고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내면서도 정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한 여류시인이 쓴 '굴절'이라는 시조를 예로 들면서 정형과 새로움, 일반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시조의 종장은 '근황이 어떻습니까? 아직 물속입니까?'라고 묻는다. 물속에 발을 담갔을 때 굴절되는 발의 모양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물속은 삶의 현장을 은유하고, 그 속에 담겨 굴절된 발의 형상은 꺾인 우리 삶을 보여준다. 물속에 담긴 발을 통해 사람살이의 단면을 오묘하고도 새롭게 이야기한 것이다."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부문별로 각기 다른 특기,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전략을 참고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아무리 잘 벼린 칼을 지녔다고 해도 겁쟁이가 무사가 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한편 201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는 단편소설, 시, 시조, 동시, 수필, 동화 등 6개 부문에 대해 접수 중이며 이달 8일 오후 6시 마감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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