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감정·느낌"…'쿵푸 팬더' 존 스티븐슨 감독

입력 2010-12-04 07:48:52

제일 좋아하는 배우 "한국 Mr. 송강호"

존 스티븐슨 감독이 안동대 세미나실에서
존 스티븐슨 감독이 안동대 세미나실에서 '쿵푸 팬더' 화면을 뒤로 한 채, 실제 쿵푸 팬더의 동작을 선보였다.
스티븐슨 감독의 안동대 특강 모습. 학생들과 2시간 동안의 열정이 강의장을 뜨겁게 달궜다.
스티븐슨 감독의 안동대 특강 모습. 학생들과 2시간 동안의 열정이 강의장을 뜨겁게 달궜다.

"Passion(열정), Emotion(감정), Feel(느낌)."

무술하는 팬더 '쿵푸 팬더'(Kung Fu Panda)로 전 세계를 매료시킨 존 스티븐슨 감독. 지난달 29일 대한민국을 첫 방문한 다음날인 30일 안동대학교에서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매일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중앙 언론과의 공동기자 회견 이전에 특별히 매일신문에 단독 인터뷰를 응해 준 스티븐슨 감독이기에 기자는 여느 인터뷰 때보다 열정적으로 취재했다.

스티븐슨 감독이 1시간가량의 인터뷰 내내 강조한 세 단어는 '열정, 감정, 느낌'이었다. 수십 차례 이상 이 단어를 반복했다. 역시나 전 세계적인 대박 영화의 감독다웠다. 풍부한 유머와 넘치는 액션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달됐으며, 사진을 찍을 때 직접 보여준 쿵푸 동작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진지함 속에 코믹(Comic)이 숨어 있었다.

스티븐슨 감독은 의리파이자 지한파(知韓派)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송강호'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영화와 배우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또 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원장 이효걸)이 운영하고 있는 '2011 스토리텔러 나도 작가 양성과정'에 도움을 주고자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 그것도 선비의 고장 안동으로 날아왔다.

안동대에는 각별한 친구가 있었다. 바로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김시범 교수다. 2년 전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함께 강의를 하며 서로 멘토링(Mentoring)을 해 준 인연으로 스티븐슨 감독은 김 교수가 안동대 교수로 임용될 때 추천서를 써줬다. 이번 초청에도 흔쾌히 응해줬다.

◆'쿵푸 팬더'라면 '태권 호돌'도 가능할까?

잭 블랙, 더스틴 호프만, 안젤리나 졸리가 목소리 연기를 한 '쿵푸 팬더'의 감독, 그리고 '슈렉, 슈렉 2', '마다가스카'의 스토리 책임자였던 그에게 염치 불구하고 대뜸 물었다. "안동의 스토리인 '원이 엄마'를 아느냐?" "What?" 당연한 대답이었다. 태어나서 5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는데, 안동의 스토리를 알 턱이 없었다. 스티븐슨 감독은 "난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전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으며, 누군가가 이를 영화로 만들어 지구촌 사람들을 웃고 울릴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굿 스토리텔링이다"고 말했다.

한발짝 더 그에게 다가섰다. "한국의 태권도와 호돌이를 합친다면 '쿵푸 팬더'같은 작품이 나올까요?" 스티븐슨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아닙니다. 전혀 다른 형태의 창작 스토리로 누구나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접근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열정과 애정, 감동이 녹아있어야 합니다."

스토리텔링에 대해 강의를 하고 온 만큼 가장 핵심적인 질문인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 법에 대해 묻자, "그 이야기에 대해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핵심적인 이야기 줄기를 엮어가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그리고 그 예로 '쿵푸 팬더' 얘기를 들려줬다. "중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쿵푸라는 전통 무술을 중국의 마스코트인 팬더가 배워가는 스토리라면 감동이 깃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스티븐슨 감독은 수백 명이 빈 자리도 없이 꽉 찬 강의실에서는 '쿵푸 팬더'의 모티브가 된 팬더가 음식을 먹기 위해 자극을 받고 젓가락질을 배우는 신을 보여줬다. 이 클립(Clip)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애니메이션 장면이었으며, 이는 거의 수정없이 영화에 반영됐다.

◆스티븐슨 감독의 특별한 한국 사랑

한 번 강의에 1천만원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는 그가 대한민국에 도착하자마자 경북 안동을 찾은 이유는 이랬다. '김시범'이라는 친구가 교수로 있는 안동대에서 스토리텔링 특강을 통해 2011년도 1학기 한국문화산업 전문대학원 신입생 모집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마침 안동대도 강의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받았으며, 서로의 인맥라인에서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윈-윈 게임'을 한 셈이었다. 참 솔직하면서도 프로는 프로였다.

스티븐슨 감독은 여러 모로 한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한국인들의 능력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쿵푸 팬더' 제작 당시 핵심 역할을 맡았던 2명의 한국인 제니퍼 여(재미교포)와 레이아웃 총책임자 전용덕 씨에 대해 "나보다 더 똑똑(Smart)하고 능력이 뛰어나(Brilliant)한 분들입니다. 정말 지쳐 녹초가(exhausted) 될 정도로 일을 열정적으로 해 준 분들"이라고 칭찬했다.

제니퍼 여는 드림웍스의 스토리 총 책임자로 '쿵푸 팬더'에서 시나리오와 콘티를 담당했으며,전 씨는 애니메이션의 동선과 카메라의 움직임 등을 책임졌다.

그의 한국 영화배우와 감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기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재미가 있으면 한국 영화 한 편을 몇 번씩이고 보면서 푹 빠져든다는 것이다. 송강호를 가장 좋아한다고 해 '혹시 짐 캐리보다 나으냐?'고 묻자, "송강호는 대단한 배우며 개인적으로 전 세계 그 누구보다 뛰어난 배우"라고 극찬했다. 스티븐슨 감독은 또 봉준호, 박찬욱, 김기덕 감독의 영화도 많이 봤다고 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송강호와 한국의 이들 감독 중 한 명과 공동작업을 한다면 영광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출신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는 스티븐슨 감독은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박물관, 광고, TV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거장이다. 이날 알아보기 힘든 아랍식(?) 무늬가 새겨진 딱 달라붙는 티셔츠에 캐주얼복 슈트 복장도 인상적이었다. 힘들게 알아낸 그의 나이 52세를 무색케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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