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연장, 부쩍 늘어난 외국인 관람객

입력 2010-12-03 08:17:53

외국인 관람객들 '원이 엄마'보며 함께 눈물

대구의 공연장에 외국인 관객들이 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들은 대구에서 열리는 외국 공연은 물론 국내 작품에도 깊이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 '원이엄마' 공연에는 30여 쌍의 외국인 부부와 경북대 외국인 유학생 30여 명, 또 개별적으로 찾아온 관람객 등 80여 명의 외국인들이 객석을 채웠다.

미국인 앤더슨 씨 부부는 "지난해에도 오페라 '원이엄마'를 관람했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도 좋고, 복장도 무대도 미국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라 올해는 이웃의 미국인들과 함께 왔다"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함께 온 한 미국 남성은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변하는 데, 오래도록 변하지 않은 가치가 있다는 게 좋다. 420년 전의 부부 사랑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한 독일 관객은 "독일어 번역이 없어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선율이 아름다웠다"고 감상을 밝혔다. 또 한 필리핀 관객은 이날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인 소프라노 마혜선 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기 위해 공연이 끝난 뒤 꽤 오래 기다리기도 했다.

10월 막을 내린 제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도 7개 작품에 1천500여 명의 외국인이 관람해 지난해 720여 명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예브게니 오네긴'은 러시아의 전통 무대를 선보여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과 러시아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이 많이 찾았다. 대만,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6개국 합작으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제작진과 성악가들이 출연한 '세빌리아의 이발사' 에는 대구에 거주하는 여러 나라 관람객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김성빈 집행위원장은 "올해 작품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대작 오페라가 많았던 만큼 국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관람객이 많이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성아트피아에도 외국인 관객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5월 열린 남아공 '트라켄스버그 소년합창단' 공연 때는 외국인 100여 명이 몰려 공연장 자체가 국제 도시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또 7월 비엔나 국립 앙상블 오페라단, 안은미 무용단 공연, 소프라노 홍혜경과 테너 김우경 공연, 사라장 바이올린 협연 등에도 적게는 30, 40명에서 많게는 100여 명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관객이 찾아온 것으로 집계된다.

외국인 관람객 증가 배경에 대해 수성아트피아 배선주 관장은 "창작품의 질과 기존 작품의 공연 수준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히면서 "특히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전문 잡지 '대구포켓' 등에 적절히 홍보한 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 등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작년과 재작년 토종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 장기공연을 펼쳤던 극단 뉴컴퍼니 이상원 대표는 "만화방 미숙이를 보러 온 외국인 관광객이 꽤 있었다. 그들 중에는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연장을 찾는 외국인 관객들은 관광객은 드물고 대부분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인 것으로 보인다. 공연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 공연 그 자체가 외국인 관광객을 흡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였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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