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끊고 살기… '나'아닌 '우리' 위한 소비로

입력 2010-12-02 10:44:28

1달간의 생활의 절약 가계 식비 크게 줄여

"지금까지의 소비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대형마트를 가지 않으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가장 놀라운 성과를 밝힌 사람은 김정희(34·북구 복현동) 씨였습니다. 8명이 생활하는데 200만~250만원가량의 식비를 지출해왔던 정희 씨네 가족은 무려 150만원 이상 식비가 줄었답니다. 시장을 이용하면서 식탁은 더욱 풍성해졌지만 쓸데없는 군것질거리와 가공·냉동식품 등의 소비가 크게 줄면서 50만원이 조금 넘는 식비로 한 달을 살 수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정희 씨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번 프로젝트를 혼자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입니다. 정희씨는 "11월 한 달 동안 절약한 돈으로 무얼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끝에 적금을 넣기로 했다"며 "앞으로 계속 저축을 하기 위해서라도 어쩔수 없이 시장과 골목상점들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활짝 웃었습니다.

취재진이 '대형마트 끊고살기'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단순히 '대형마트를 배척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외면하고 있던 동네 가게 한번 들러보고, 잘못된 편견속에서 허울뿐인 합리적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장을 다니며 몸소 체험해본 가격과 품질 정보를 바탕으로 '진정한 합리적 소비'를 하도록 하자는 목적이었죠. 12명의 체험단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해답을 찾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소비의 잘못된 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지난 한 달처럼 시장과 골목 상점을 중심으로 절약하는 생활을 이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도 프로젝트가 가져다 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장삼남(45·달서구 두류2동)씨는 이제 어엿한 동네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20년 가까이 한 동네에 살아도 이웃들과 제대로 인사 한번 나누지 못했고 특히 대형마트에서 장이라도 잔뜩 봐 온날은 슬금슬금 눈치 봐가며 동네 가게 앞을 살금살금 지나치느라 마음까지 졸였어야 했었지만, 이제는 동네 상점의 단골이 돼 스스럼없이 커피 한 잔을 청하는 이웃사촌이 됐습니다. 삼남씨는 "십년 넘게 대형마트 드나들었지만 누구 하나 단골 왔다고 아는척해주는 사람이 있더냐"며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한 초등학교 6학년 막내가 '나도 커서 꼭 이런 프로젝트 참여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교육이 된 것 같아 더욱 기분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고민도 걱정도 많았습니다. 편리함으로 무장하고 생활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대형마트를 밀어낼 수 있을까, 과연 지금의 경제논리와는 상반되는 이런 프로젝트에 과연 누가 참여하려할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자만이 모든 것을 가지는 승자독식세상. 대기업에 밀려나는 영세 소형상점들처럼 서울·수도권이라는 강자에 밀려나고 있는 대구·경북의 입장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독려하는 '함께사는 세상'만이 대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이걸로 끝은 아닙니다. 내가, 또 내 아이들이 살아가야하는 대구·경북을 위한 작은 노력과 변화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나'만을 위한 소비에서 '우리'를 위한 소비를 위해 조금 마음을 열어주시지 않으시렵니까?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