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천신만고 한나라 계수조정 소위

입력 2010-12-01 09:18:38

내년도 예산안의 세부 내역을 조정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한나라당 몫 인사 구성이 30일 완료됐다. 지역은 당 지도부에 지역의 요구를 관철시켜 대구와 경북에 각각 1명씩 소위 위원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결정 과정까지 개운치 않은 뒷맛을 진하게 남겼다.

30일 오전까지만 해도 당 지도부는 총 8명 가운데 대구경북에 1명만 배정하는 반면 부산경남 인사는 3명을 배치하려고 노력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간파한 대구 출신 유승민, 서상기 의원 등이 차례로 김무성 원내대표를 찾아가 항의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특히 서 의원이 찾아갔을 때 김 원내대표는 "서 의원은 작년에도 소위를 하지 않았느냐. 올해 또 하려고 그러느냐"고 핀잔을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대구경북 차원에서 당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한 요구 사항을 특정 개인이 영달을 꾀하는 것처럼 몰아붙여 대구경북의 몫을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따져 보고 싶은 대목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소위에 참여하는 대구경북의 몫을 최대한 줄이려고 애를 쓰던 같은 시간, 공교롭게도 민주당에선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을 배려하는 움직임을 보여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수권정당을 위한 당 개혁특위'가 열린 당사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영남대 김태일 교수를 자문단장으로 내정해 ▷영남 몫 비례대표 확대 ▷대선 경선인단 증가 등을 논의했다. 또 영남특위를 구성하는 데 합의하고 당무에 소외된 영남권 의견 청취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손학규 대표도 "영남에 특별한 대책을 세우겠다"면서 영남 특위 활동의 측면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대선 때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70%가 넘는 지지를 한 반면 통합민주당 후보에겐 7%도 안 되는 표를 던졌다. 하지만 민주당에 비해 10배가 넘는 대구경북의 사랑을 받은 한나라당이 과연 그만큼의 애정을 지역에 보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역 일각에선 "공평하지 않은 애정의 평행추를 빨리 수평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만 몰아주고 각종 현안에선 뒷전에 물러서 있어야 하는 '병참기지'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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