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신용카드 한 장을 갖고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에는 온통 빨간색 압류딱지가 붙은 터.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터라 두려움도 없었다. 2008년 5월 29일 서울에서 만난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간부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마른 체구에 경상도 사투리를 연발하는 20대 중반의 사내는 믿을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나중에 전화를 주겠다는 말만 남긴 채 마주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떴다. 그러나 다음날 '0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휴대전화기에 찍혔고 포털 담당자는 "6월 1일부터 광고를 게재해야 하니까, 업체 하나당 800만원 계약입니다. 10개 업체를 섭외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은 토요일이었고 주말 이틀 동안 광고주를 모으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계약금 8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였다. 그러나 상위 20%만 잡자는 전략을 세웠고 이는 적중했다. 4시간 만에 10개 업체를 모았다. 현재 회사를 일군 지 2년 만에 매출 2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는 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게는 2010 전국청년기업가 대상, 서울시 온라인 쇼핑몰 기여 대상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30일 대구 중구 ㈜애플애드벤처(http://www.applead.co.kr) 사무실에서 만난 장기진(27) 대표는 "뉴스를 보다 한 대형 포털 쇼핑몰이 매각된다는 소식을 듣고 포털 광고대행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성공 비법을 '성실'과 '차가운 머리'라고 말했다. 포털 광고대행을 하면서 한 달에 1천만원이라는 수입이 생겼고 사업 6개월 만에 시련이 닥쳤지만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 거래하던 포털에서 일방적으로 광고대행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 장 대표는 "부랴부랴 서울에 가 담당자를 만났지만 '나중에 다른 업체와 공정히 경쟁할 기회를 달라'는 말만 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멱살을 잡힐 각오를 하고 나왔다는 담당자는 장 대표의 황당했던 첫 인상 이후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다시 거래를 해야 하는 상대이며 사업을 하면서 더 큰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을 추슬렀죠." 위기가 기회였다. 이때 항상 위기를 대비하라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 네이버, 네이트, MSN 등 국내 유명 포털의 광고대행을 모두 맡아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스티브잡스(애플 회장)를 꿈꾸고 있다. 광고 대행 사업을 기반으로 IT 영역으로 사업을 꾸준히 확장해 가고 있다. 기업부설 연구소와 스마트폰 앱 개발 전문 자회사인 '아이스토어' 설립, 소셜커머스 앱을 개발하는 등 IT 산업에 노크하고 있다. 또 신생쇼핑몰의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광고를 대행하는 선순환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했고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부설연구소를 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에선 처음으로 공기업인 기술보증기금과 투자 협약을 체결했고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모교인 대륜고에 매년 장학기금을 내고 있고 홀트 아동복지회 등 여러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그러나 속앓이도 많이 했다. 젊은 CEO는 '어린 놈'이란 비아냥거림이 따라붙는 등 척박한 지역 기업 문화와 보수 성향에 힘들 때가 많았다. "어딜 가나 '어린 놈이 사업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았어요." 그러나 그는 "이런 의심과 곱지 않은 지역 기업 정서는 앞으로 제가 열심히 넘어야 할 산이며 분위기를 바꿔나가야 할 숙제"라며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성실과 창의성, 냉철한 판단력으로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파리스의 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 뉴턴의 사과, 스티브잡스의 사과처럼 '애플애드벤처'도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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