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산물 유통의 특성과 가격안정 대책

본격적인 김장철이다. 온 나라 안을 떠들썩하게 한 배추값이 폭등과 폭락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대책과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농산물 유통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절대 필요하다. 농산물은 영농 규모가 영세하여 유통단계가 복잡하고,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어서 생산량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며, 생산해서 판매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단기간 내 공급 조절이 어렵고, 생산량은 기후 조건 등 외생 변수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으며, 부패 변질되기 쉬워 특수한 저장시설이 필요하다. 가격에 비해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수송비 부담이 크며 판매 처리에 많은 면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배추값 폭등은 농산물 유통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즉 경제학의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공급이 10% 줄어든다면 가격도 10% 정도만 올라갈 것 같지만 170%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는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은 물량이 부족한 경우 단시간 내 공급 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농산물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며 적정한 물량의 확보 대책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산물의 가격과 공급량의 주기적 관계를 거미집 이론(cobweb theorem)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농산물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면서 수급의 균형을 찾아간다는 이론이다. 지난해만 해도 가격 폭락으로 배추밭을 갈아엎었는데, 불과 일 년 만에 그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것이다. 배추값의 폭등과 폭락 현상이 1, 2년 주기로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거미집 이론이 적용되지 않도록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급 안정이 절대적이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생산해서 출하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가격 탄력성이 낮아 공급량 변동에 따라 가격 진폭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사전예측시스템을 통해 재배 면적을 조절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불안정하면 '이상수요'의 발생으로 문제가 증폭되어 서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상 시나리오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계약재배물량 확대와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가격 등락이 큰 채소의 계약 재배와 출하 조절로 가격 안정과 농업인 소득보장을 위해 고추, 마늘, 배추 등 17개품에 대하여 계약재배 사업을 하고 있지만 과잉 생산 시에 산지 폐기, 출하물량 억제 등 조치계획에 치중되어 있으며 계약재배 물량 또한 적어 그 기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 약 10% 내외 수준의 계약재배 물량을 30% 이상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의 정부 지원과 포전매취 허용 등의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또한 산지 농협을 규모화'계열화 시켜 안정적인 공급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채소류의 저온 창고나 절임시설과 같은 유통시설도 확충하고 소비지와 생산지 농협 간 직거래 물량을 확대하는 등 유통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

셋째, 이상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농법과 내병성이 있는 신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주요 농산물에 대한 목표가격제를 도입하여 생산비에 근거한 최저, 최고 가격을 정하고 그 범위를 벗어날 때는 적정가격 유지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아울러 매점매석 행위 등 불공정 행위도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이번 배추값 파동이 주는 메시지를 거울삼아 앞으로 이상 기후에 대비해 식량자급률 목표를 법으로 정하여 식량안전보장을 농정의 핵심으로 삼고 관리해야 한다. 식량 안보는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윤병록(농협구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