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중국 밉다고 투정만 할 때인가

입력 2010-11-30 07:20:21

'중국이 밉다.'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중국의 태도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옛말과 딱 들어맞는다. 중국 관영언론은 우리가 먼저 선제공격을 했다는 북한의 발표는 먼저 보도하고 우리 측 주장을 소개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을 두둔했다. 북한을 감싸면서 '중대 발표' 운운하면서까지 이 판국에 6자회담을 하자고 제의하는 중국의 태도는 북한 편들기에 다름 아니다.

하긴 중국이 공정하게 사태의 전모를 파악해서 우리 편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한 우리가 잘못이다.지금껏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됐지만 단지 '전략적' 관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중국은 항상 북한과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었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서로를 '형제국가'로 여기고 있는데 말이다.

중국이 좋거나 미운 것은 감정적이다. 문제는 중국의 존재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의 차원을 넘어선 현실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의 현재를 이성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통해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G2의 위상에까지 오른 중국이 어느새 패권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제 중국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의 분쟁에서 보여준 희토류 수출 억제 등의 중국의 조치는 힘을 바탕으로 한 패권국가의 그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중국이 두려워졌다. 중화주의를 바탕으로 경제대국을 넘어서 우주강국, 군사대국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는 초강대국의 모습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까지 책으로 출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는 상상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 11월 중순 싱가포르와 남아공 등 아프리카 3개국 공식순방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은 "중국은 영원히 패권국가를 지향하지 않을 것"(中國永遠不稱覇)이라고 천명했다. 시 부주석은 군사위 부주석에 선임된 후 첫 해외순방에서 첫 기착지인 싱가포르에서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부강해지면 필연적으로 패권을 추구하게 된다'며 중국의 발전을 우려하고 있다"며 "패권 추구는 이웃과 평화롭게 지내온 중국의 문화전통이나 중국의 외교방침, 덩샤오핑의 선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패권국가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시 부주석의 선언을 나는 패권국가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대외적인 천명으로 받아들인다. 과거 역사에서 중국은 힘이 약할 때는 주변국가들과 호혜평등과 평화를 외쳤지만 힘이 강했을 때는 패권을 추구해왔다. 시 부주석은 후진타오 주석에 이어 중국 최고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접근은 중국이 지향하는 패권국가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무상차관 제공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맹주를 자처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54개국 중 52개국에 자국 공관을 설치한 중국은 아프리카의 자원 싹쓸이에 나서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 섞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시 부주석은 "국제사회는 중국의 지속적인 대(對)아프리카 투자의 혜택을 인정해야 한다"며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우위를 인정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더 이상 중국을 미워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서 보다 치밀하게 중국의 전략과 행보를 분석, 중국보다 한 발 앞서는 대(對)중국 전략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서명수 서울정치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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