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하면서도 이지적인 중년 여성의 아름다움
서양회화사에서 정숙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초상화 하면 아마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뛰어난 색채 감각으로는 티치아노의 것을 우선으로 꼽을 수도 있겠다. 좀 더 시대를 내려오면, 귀공녀들의 기품 있는 멋진 태도와 화려한 의상까지 잘 그려낸 반다이크에서부터 소박한 평민 처녀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포착한 사실주의 시대의 쿠르베에 이르기까지 많은 화가들이 다수의 아름다운 여인 초상화들을 남기고 있다.
잘된 초상화는 특정한 모델과의 닮음과 상관없이 보편적인 인격의 한 전형을 담고 있어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준다. 여인 인물화의 경우는 미에 대한 각 시대의 이상이나 그것을 표현하는 작가의 개성이 다 다르지만 대개 비례와 조화를 우선하는 화면의 균형, 의상이나 장신구 또는 모발이나 인물의 미모 등을 나타내는 데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에서 크게 예외가 없다. 그러나 제작의 솜씨나 인물의 성격을 통찰하는 능력 외에도 모델을 바라보는 화가의 주관적인 시선이 느껴지는 점이 또한 매력적이다.
보통 초상 인물은 3/4 측면을 많이 그리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이마로부터 콧잔등을 따라 내려오는 명확한 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려한 듯 모델의 프로필을 택했다. 옆모습은 아무래도 얼굴에서 드러나는 인상이나 표정을 전면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어딘가 조금 감춘 듯해서 약간의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긴 속눈썹 아래 조용한 눈빛과 아울러 굳게 다문 입술을 받는 단아한 턱선에서 현숙한 아름다움이 엿보인다.
이렇게 선묘로 뚜렷한 윤곽을 살린 방식은, 명료하나 다소 차갑고 이지적인 느낌을 주는 고전주의적 양식이다. 차분하고 정적인 태도의 인물의 모습이 이 양식적인 특징과 잘 어울려 더욱 기품 있어 보인다. 정열적인 느낌의 진한 붉은 색 상의가 배경의 엷은 청색과 대조되어 한층 강조되었는데 대립적인 성격의 두 색을 조화시킨 세련된 채색의 감각 역시 돋보인다. 형식적인 질서를 위해 감정을 자제하는 방식 속에서도 작가의 정열적인 감성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주경은 서울 태생으로 중앙고보와 동경의 가와바타, 제국미술학교를 차례로 나와 1940년대부터 대구에 정착해 활동해 왔다. 그에게는 교육계와 정'관계에 두루 관계한 특별한 이력들도 많지만 특히 최초의 추상화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일찍 꽃피었던 그의 재능을 작품 제작에만 전력하지 못했던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 화가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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