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 장수 바꿨다… '확전 자제' 논란 김태영 국방 전격 경질

입력 2010-11-26 10:37:54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김 장관은 3·26 천안함 폭침 사건의 책임을 지고 5월1일 사의를 공식 표명한 상태였지만 사실상의 경질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않는다'는 금언을 깨고 장관 교체에 나선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는 동안 수뇌부 공백이 불가피한 데다 인적 쇄신만으로 청와대가 안보 리더십에 대한 불안을 덮고 가려한다는 지적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5일 청와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군내 사고가 여러 건 있었는 데다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사의 수용을 결심했다"며 "김병기 국방비서관도 함께 교체한다"고 밝혔다. 당초 다음주로 예정됐던 장성 진급 심사도 연기됐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후임 국방장관 인선에 착수, 26일 오전 자체 청문회를 거쳐 오후에 인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면 전환용 깜짝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온 청와대가 전격적으로 안보라인을 경질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장관은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을 둘러싼 진실 공방 속에서 "이 대통령이 확전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발언했다가 다시 이를 부인하고, K-9 자주포 실제 작동 문수도 축소하는 등 '실언'이 잦았다는 점이 주된 교체 이유라는 후문이다. 김병기 비서관의 교체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초기 대응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첫 메시지로 알려진 '확전 자제' 발언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방부에서는 김 장관의 낙마 소식이 전해지자 '전쟁 중 장수가 바뀌었다'며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연평도 피격 사태로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국방장관을 경질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너무하다', '이건 아닌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연평도 사태가 수습도 되지 않았는데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26일 오전 브리핑에서 후임 장관 내정과 관련, "복수의 후보자에 대한 자체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라며 "오늘 중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후보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보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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