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후배 돌보는 일, 억대 연봉 부럽지않죠"…김상석 서울 영천학사 사감

입력 2010-11-26 07:56:00

"학사(學舍) 둥지를 떠난 학생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다시 찾아주는 재미로 삽니다."

영천 출신으로 수도권지역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45명이 저렴한 비용으로 기숙하는 영천학사(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김상석(52) 사감은 꿈이 소박했다. 돈과 명예를 뿌리치고 후학 양성을 위해 일하는 게 오로지 후배들 보는 게 즐겁기 때문이란다.

그는 공부하고 싶은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터라 학사생이 모두 자신의 어릴 적 같단다. 그래서 사감이 된 이후 최대 고민도 학생들의 벌점 문제라고 했다. 규정상 벌점 10점을 넘기면 퇴실 조치를 하는데 시간 외 귀사, 무단 외박 등으로 벌점이 쌓여 퇴사에 직면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그에겐 곤혹스럽기만 하다.

"다들 고향에서 우수하다고 선발돼 온 학생들인데 그 부모님들의 기대 또한 오죽하겠습니까. 자녀의 퇴실 결정을 통보받는 부모님들께서 실망하실까봐, 퇴사생들이 자격지심을 받을까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사감은 잘나가던 대기업 현장 인력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현대그룹에서 생산제품에 대한 '제안 왕'이 되어 노동부장관상,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다. 기아그룹으로 옮겨서는 생산직 근로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임원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공부를 계속해 대학에서 자동차공학 강의도 하고 있다.

월급 100만원의 사감 생활이지만 만족도는 억대 연봉 시절이 부럽지 않다. 겨우 교통비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아껴 하루가 멀다 하고 반찬을 사다 나르며 학생들의 영양을 보충해 주기도 한다.

"돈만 생각했으면 이 생활은 시작도 못했죠. 그저 고향에 대한 사랑 때문에 봉사하는 데서 기쁨을 얻고 있습니다."

고향에 대한 애정은 향우회 일로 이어졌다. 최근 재경 영천향우회 대외홍보 차장을 맡아 '내 고향 알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영천 쌀 판매고는 올해에만 1만㎏를 돌파했고 영천 포도·포도와인 및 각종 친환경 농산물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사감은 영천 임고초·중을 졸업한 뒤 울산 현대부설고, 현대전문대학을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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