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최근 TV수신료를 매월 3천500원으로 1천 원 인상을 의결한 데 이어 22일 김인규 KBS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디지털방송 전환에 대비한 재원이 부족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KBS가 경영 합리화 등 청사진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공영방송의 위상만 강조하며 수신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변하는 것은 실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수신료 인상에다 광고는 광고대로 하면서 돈만 있으면 저절로 공영방송이 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정당화하는 명분은 '지난 30년 동안 국회의 정파적 이해에 막혀 한 번도 수신료를 인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으로서의 KBS 위상과 시청자들의 신뢰도를 생각하면 이는 설득력이 약하고 명분도 없다. 직원 5천200명에 인건비 비중이 35%나 되는 방만한 경영에다 광고방송은 그대로 하면서 수신료를 올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결국 시청자 호주머니를 털어 KBS 직원들 배 불리겠다는 소리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거론하기 전에 먼저 BBC'NHK 등 세계 공영방송사들이 어떤 자구 노력을 하면서 시청자를 설득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수신료를 스스로 인하하고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를 통해 공영방송의 위상과 신뢰를 되찾은 것에 비하면 현재 KBS의 자세는 정반대다. 입으로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뉴미디어 시대를 대비하고 난시청을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경영과 조직관리는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 끌고가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KBS가 진정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라면 시청자와 국회 입에서 먼저 이제는 수신료를 인상할 때가 됐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시청자와 국회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도 없이 수신료만 올리면 절로 공영방송이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KBS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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