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만여 명의 수험생과 학부모의 가슴을 졸이게 한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언어, 수리, 외국어 전 영역에서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EBS 교재에서 70% 이상을 내겠다는 약속은 지켰지만 대부분 변형 출제해 체감 난이도는 더욱 높았다.
이번 수능시험을 보면 정부의 교육 정책이 얼마나 일관성이 없는지가 잘 나타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사교육 잡기 총력전에 나서 여러 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수능시험을 쉽게 출제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수리를 사교육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쉽게 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해 수능시험에서는 상하위권 할 것 없이 평균 점수가 대폭 올랐다. 예년에 10점에서 20점까지 차이 난 수리의 표준점수가 외국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교육 당국은 지난해 수능시험이 끝난 뒤부터 지속적으로 올해도 수리만큼은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전 수험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안태인 2011학년도 수능시험 출제 위원장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문제를 적절하게 출제했다고 했다. 진학 전문 지도 교사들은 언어, 수리, 외국어에서 과목별로 어려운 문제가 2~5개씩 포함돼 있다고 했다.
수능시험을 다소 어렵게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시험이 어려우면 변별력이 쉬워 오히려 수험생의 2중, 3중 고통을 줄인다. 대학이 구태여 심층 면접이나 논술을 통해 변별력을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내겠다고 하고 어렵게 내면 당장 학생은 큰 피해를 본다. 상위권 학생은 단 한 문제로 선택할 수 있는 과가 달라지고, 대학이 달라진다. 결국 그 한두 문제를 더 맞히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이다. 대학 진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3과목을 합해 10문제 가까이 어려운 문제가 출제됐다면 쉽게 내겠다는 정부 발표를 믿었던 수험생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책보다 믿음을 줘야 하는 것이 교육 분야다. 수십만 명의 미래는 물론,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국가가 통제하는 수능시험에서조차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어떤 교육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사교육 잡는 데 올인할 것이 아니라 한 가지만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추진에 더 치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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