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딸아이는 반 친구들에게 줄 선물로 종이접기하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하루는 학교에서 한 친구에게 색종이로 공과 삼지창을 만들어 줬는데 다른 아이가 멋지다면서 자기한테도 삼지창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별것 아닌 손재주가 캐나다 아이들에겐 놀라움의 대상이 되는가 봅니다. 색종이접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곳에선 보기 힘듭니다. 색종이가 워낙 비싸 한 묶음에 1만 원이나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가족을 만나러 들어오는 기러기 아빠들의 짐 가방에는 색종이가 들어 있답니다.
한국 학생이 몇 없는 캐나다 학교에서 제 딸은 기특하게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도 사람들이 사는 곳일 뿐인가 봅니다. 잘 모르면 "I don't know", 좋으면 "Yes", 싫으면 "No"를 분명하게 말하는 야무진 아이입니다. 그래도 제 마음은 늘 조마조마합니다. 처음 학교 가던 날, 저와 제 아내는 아이를 교실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학교 운동장을 멀리서 바라봤는데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이나 혼자 서 있는 아이가 보이면 제 딸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첫날 학교에 다녀온 딸은 무척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수시로 물어보는데 변함없이 좋다고 말합니다. 남자아이들이 짓궂게 장난치지 않아서 좋고, 선생님이 큰 소리로 학생들을 혼내지 않아서 좋다고 하네요. 이곳에서는 이민 온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도해 줍니다. 이민을 왔거나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별도의 방에서 ESL(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영어교육)을 받습니다.
한 달이 되어 갈 무렵 딸아이가 '이달의 학생상'을 받아 왔습니다. 전교생 앞에서 받는 큰 상이고 상 받은 학생 사진이 학교 현관에 걸릴 정도로 영예로운 상이지요. 말도 서툴고 숙제도 겨우 해가는 딸아이가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신기해 다음날 선생님께 감사 편지를 보냈더니 선생님은 충분히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하더군요. 동양 아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캐나다 아이들 틈에서 제 딸이 기죽지 않도록 배려해 준 선생님의 마음이 너무도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이곳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작은 장점과 재능에도 관심을 가지고 칭찬과 격려로 지도합니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칙에 따른 벌과 제재가 가해집니다. 학교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교무실에 불려가서 반성문을 쓰거나 교장실에서 훈계를 듣습니다. 경고를 받은 후에 부모에게 그 사실을 알려줍니다. 교사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친구를 심하게 따돌리는 학생들은 강력한 처벌 대상입니다. 한국 초등학교에서는 없는 정학'전출 제도가 있습니다.
초교 4학년인 제 딸은 오전 7시 50분에 집을 나서 학교까지 걸어서 갑니다. 학교에 도착한 후 복도에 있는 자기 사물함에서 필요한 물품을 꺼내 교실에서 수업을 받습니다. 오전 10시는 간식 시간입니다. 집에서 챙겨 온 간단한 과자나 음료수를 먹고, 점심시간에는 싸간 샌드위치를 먹거나 피자 또는 즉석요리를 사 먹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교실 안에 선생님 허락 없이 남아있을 수 없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무조건 나가서 놀아야 합니다. 혹시 사고 또는 문제가 있는지 선생님이 감독을 합니다. 오후 수업은 주로 예능 과목으로 이뤄지고 오후 2시 30분이면 1학년부터 8학년까지 동시에 수업을 마칩니다. 부모가 학교 시스템과 아이의 학교 생활을 계속 확인하면서 이상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학교를 방문해 물어 보든지 상담을 받습니다.
서울교육청에서 학교 체벌을 금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할 수 없습니다. 통제되지 않는 행동을 한 학생에게는 응당한 처벌을 함으로써 스스로 뉘우칠 수 있게 합니다. 소리치고 때리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교육 제도가 좋다, 캐나다가 좋다,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캐나다에서는 학생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그에 대한 결과 역시 본인이 책임지도록 하는 교육을 어릴 적부터 시행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앞서 있는 것 같습니다.
khj0916@naver.com
댓글 많은 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