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가 좋다… 퀴즈 영웅 권오신·퀴즈 마니아 김호헌씨

입력 2010-11-20 07:31:06

안동의 퀴즈 영웅인 권오신 씨가 평상시 자주 가는 안동시립도서관에 들러 여러 종류의 책을 훑어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안동의 퀴즈 영웅인 권오신 씨가 평상시 자주 가는 안동시립도서관에 들러 여러 종류의 책을 훑어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퀴즈 책을 내고 블로그를 운영 중인 퀴즈 마니아 김호헌 씨가 자신이 직접 만든 책
퀴즈 책을 내고 블로그를 운영 중인 퀴즈 마니아 김호헌 씨가 자신이 직접 만든 책 '아이 러브 퀴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퀴즈에 푹 빠진 영웅도 있고, 책까지 엮어낸 퀴즈 마니아도 있다.'

인생이 퀴즈인 두 남자가 지역에 있다. 한 사람은 안동의 선비 가문 출신인 권오신(64) 씨, 다른 한 사람은 대구에 사는 퀴즈 마니아 김호헌(63) 씨이다. 안동 선비는 얼마 전 대한민국 최고의 퀴즈 프로그램이라고 자처하는 '퀴즈 대한민국'에서 제47대 퀴즈 영웅으로 등극했으며, 대구의 퀴즈 마니아는 500페이지가 넘는 퀴즈책을 냈을 뿐 아니라 하루 수백 명이 방문하는 퀴즈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둘의 공통점은 퀴즈와 독서가 일상이나 다름없었다는 것. 또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보여준 케이스다. 평생을 공부하고 배우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유익하고 좋은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자가 논어에서 가르친 것처럼 두 사람은 이순(耳順), 즉 환갑·진갑이 다 넘은 나이이지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메모하고 다시 익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 불굴의 배움의 의지를 보여줬다. 퀴즈에 죽고 사는 두 남자의 세계를 퀴즈 풀듯 탐험해 보자.

◆안동의 스타, 퀴즈 영웅 권오신

퀴즈를 통해 전통 양반의 도시 안동에 인기 스타가 등극했다. 곳곳에서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많으며, 밥 살 지인이 200~300명이나 된다. 권오신 씨는 상금으로 매일매일 밥을 사는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권 씨는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45년간 조정에서 여섯 왕을 섬긴 인물'을 묻는 마지막 영웅 문제를 듣자마자 주저 없이 '서거정'이라고 답해 대망의 영웅에 등극하며 상금 4천만 원을 거머쥔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총상금 중 이공계 장학금(2천만 원)과 세금을 빼고 나면 실제 수령액은 1천500만원 남짓하다고.

고교 교사 출신으로 안동문화원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문인이자 시조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퀴즈영웅 등극은 '운명'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퀴즈에 빠져 평생을 책을 읽고, 공부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퀴즈 경력 50년 차의 베테랑인 셈이다. 절대 강자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춘 터에 이번 '퀴즈 대한민국'에 나가 운명처럼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마지막 퀴즈 출연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나선 권 씨는 "결과는 운명에 맡기고 여한 없이 잘 하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으니 더없이 기뻤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퀴즈 영웅의 비결은 이랬다. 우선 전에 보던 퀴즈에 관한 책을 천천히 정독하고, 퀴즈 대한민국에서 다운받아 놓은 기출 문제 가운데 2009년과 2010년 분량을 다시 봤다. 지상파 퀴즈 프로그램인 '장학퀴즈' '1대 100' '도전 골든벨' 등에서 나온 문제도 훑어보고, 도서관에 가서 보수·중도·진보 계통의 신문을 모두 섭렵하는 열정을 보였다.

또 그는 이번 퀴즈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시도 한 수 지었다. 바로 '퀴生之歌'이다. '내 퀴즈 사랑하여 공도 여러 해 들였나니(吾愛퀴즈功多年)/ 몸이 늙고 마음이 쇠해도 뜻은 더욱 굳었다네(身老心衰志益堅)/ 다섯 번 예선 봄을 그대여 비웃지 마오(豫選五回君莫笑)/ 만약 구름을 타면 하늘에서 노닐 거요(若如乘雲遊於天).'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감동'마저 그의 퀴즈 영웅 등극 뒤에 숨어 있다. 권 씨는 안타깝게도 수많은 병마와 싸워 왔다. 1984년 폐결핵, 1999·2004·2006년에는 세 차례나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는 아픔을 겪었다. 건강 때문에 그렇게 사랑했던 교직을 2년 일찍 퇴직해야 했다. 하지만 수많은 병마는 그에게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다. 건강도 추스르면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지식 노트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문인으로서 시도 쓰고, 한문도 번역하는 또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결국 퀴즈 인생은 그에게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희망을 안겨다준 또 다른 '운명'이 된 것이다.

"평생 퀴즈와 함께 살아갈 겁니다." 퀴즈 영웅은 그냥 탄생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의 퀴즈 마니아, 김호헌

안동에 퀴즈 영웅이 있다면 대구에는 퀴즈 마니아가 있다. 김호헌 씨의 퀴즈 사랑은 평생에 걸쳐 이어졌으며, 한국조폐공사를 정년 퇴임한 이후 제2의 인생인 '퀴즈'에 올인했다.

먼저 5년 전부터 차근차근 모아둔 퀴즈 자료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아이 러브 퀴즈'(I Love Quiz)라는 책을 펴냈다. 디지털 방식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의 책이다. 손으로 직접 쓴 문제들을 일일이 컴퓨터 워드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채워가며 5천여 문제나 되는 한 권의 두꺼운 책을 엮어냈다.

신세대 방식의 퀴즈 블로그 '아이 러브 퀴즈'(http://blog.naver.com/rlaghgjs)라는 인기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4년 전 개설할 당시에는 일 평균 방문자가 100~200명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평균 일 방문자가 600~800명에 달하며, 일 최다 방문은 4천727명까지 기록했다. 토털 방문자 수는 58만4천417명이며, 포스트 스크랩은 6천736회에 달한다.

김 씨는 퀴즈보다 먼저 마음가짐에 대한 얘기를 했다. '첫째는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면 세상살이는 늘 행복하다. 둘째는 남을 행복하게 하는 말을 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진다. 셋째는 복을 많이 받는 것보다 복을 많이 짓자.' 김 씨는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내가 먼저 열면 이 세상은 다 열린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모든 것을 퀴즈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 퀴즈 블로그를 통해 퀴즈 마니아들이 공부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큰 영광"이라며 "태양이 세상을 비추지만 거울은 그 빛을 반사하듯 블로그 활동을 통해 세상에 작은 거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퀴즈 팁은 이랬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라 ▷일간신문 두세 가지는 꼭 보라(시사, 이슈가 되는 화제나 가십 등의 70~80%가 퀴즈 문제로 출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챙겨라 ▷퀴즈방송 프로를 꼭 시청하라 ▷무엇을 보고 듣던지 퀴즈를 연상하며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라 ▷의문되는 것, 궁금한 것은 그때그때 인터넷 검색으로 익혀라.

더불어 그는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나이와 관계없이 퀴즈를 푸는 재미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지식 욕구"라며 "제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퀴즈"라고 말했다.

그의 퀴즈론 역시 안동의 퀴즈 영웅과 같았다. "평생 퀴즈와 함께 살아갈 겁니다."

권성훈 기자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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