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반공 여전사 진 커크패트릭

입력 2010-11-19 07:25:23

"그들은 모든 문제를 소련이 아닌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결국 두 나라 다 똑같다'라고 말한다. 이런 행태는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의 '의미조작'에 넘어간 도덕적 등가성의 오류다." 미국 레이건 정부 때 맹렬한 반공 여전사 진 커크패트릭(1926~2006)은 공산독재에 한없이 너그러운 미국내 '쓸모있는 바보'들에게 이렇게 일갈(一喝)했다. 북한 정권에 충성하지 못해 안달하는 대한민국의 종북주의자들에게도 그대로 해당되는 소리다.

1926년 오늘 오클라호마주에서 태어났다. 결혼 전 이름은 진 두안 조던.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독재정권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커크패트릭 독트린'으로 유명한 미국 신보수주의의 대모(代母)로 일컬어지지만 젊었을 때는 사회주의자였다. 열렬한 민주당원으로 196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휴버트 험프리의 막료로도 있었지만 카터 행정부의 나약한 외교정책에 실망해 보수주의로 돌아섰다. 레이건의 집권 후 1981년 미국 최초의 여성 유엔대사로 임명돼 1985년까지 재직했다. 이 때 공산권과 소련의 지원을 받는 제3세계 국가의 미국 비난과 이데올로기 선전을 거친 수사(修辭)로 되받아쳤으며, 대한항공 007편이 격추됐을 때 소련 조종사의 녹음을 들려주며 소련의 야만적 행위를 규탄하기도 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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